[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 블루(우울증)’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장기화되는 감염병 사태에서 환자는 물론 의료진까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겪고 있다. 감염병 사태가 안정국면에 접어든 이후에도 정신건강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실제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정신건강 전문 간호사’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감염병과 같은 국가적 재난상황과 관련해 WHO 국제안전도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던 배정이 인제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부산서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행정안전부 안전정책자문위원)[사진]는 일찍이 정신건강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관심을 갖고 활동해왔다. 배 교수는 “제한된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반 국민들, 업무 안팎으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의료진 모두 중장기적인 돌봄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신건강 전문 간호인력을 안정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집자주]
Q.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의료진들이 느끼는 정신적 부담이 심각하다는데
-최전방에서 감염된 환자들을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물도 마음껏 마시지 못하는 의료인들. 의료진은 근무 강도와 근무 시간 증가 및 감염 위험 증가, 보호구 착용 불편감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코로나19 감염환자와 가장 가까이에서 의료 활동을 하고 있는 의료진은 일반 국민보다 더 많은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지만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도움과 이해를 얻는 게 어려울 뿐 아니라,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돌봐야한다는 사명감으로 근무시간 연장과 휴식을 미뤄 신체적 피로도가 가중됐다. 또한 아직까지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어 지금까지의 의료 매뉴얼이 통하지 않는 다는 측면에서 의료인들은 더욱 불안하고 무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Q.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예측
-재난심리 특성상 환자나 유가족이 의료진에게 화를 내거나 책임을 묻기도 하며 감정노동이 심각한 상황이다.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24시간 안도할 수도 없고,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감염될 것을 우려해 퇴근도 못하다 보니 육아를 하는 의료종사자가 있다면 더욱 힘들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지만 하지만 언제 마스크를 벗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현장 활동이 장기화 될 경우 근무시간 연장과 과중한 업무로 심신이 피폐해져 탈진 증후군(burn-out syndrome)이 발생할 수 있고, 상황 종료 후에도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의료진에 대한 심리적 지원과 힐링 프로그램은 필수적이다.
"국민·의료진 등 스트레스 장기간 지속"
"오랫동안 스트레스 상황 노출된 의료진에 지원프로그램 마련"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목받은 정신건강전문 간호사, 수요 늘지만 감정노동 심해"
"잦은 이직 등 인력 육성환경 열악, 적합한 체계 마련 필요"
Q. 환자를 가까이에서 돌보는 ‘정신건강전문 간호사’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의와 업무 차이는
-정신건강 분야는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 때문에 전문의와 전문 간호사 간의 업무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긴 어렵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신건강 분야에서 예방과 치료 및 재활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의료인이며, 의료법에서 자격과 면허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주로 전문의는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cure)'에 초점을 둔 반면에 간호사는 '돌봄(care)'에 초점을 둔다고 할 수 있다. 간호사의 경우 환자와 가장 가까이 24시간 함께 지내면서 생활전반 걸쳐 환자를 지지하므로 보람과 더불어 감정노동 또한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감염에 가장 취약한 기관 중 하나가 정신병원이다. 그래서 정신과 병원의 환경 위생과 환자의 위생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간호사들은 코로나 감병 병실과 유사한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스트레스도 매우 높다. 환자들과 가장 가까이서 24시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식사, 목욕 등 개인 위생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가족들을 감염시킬 것에 걱정과 두려움으로 자녀들을 친정이나 시댁에 보내고 혼자 지내는 간호사도 많다. 이들은 소통과 따뜻한 대인관계로 환자들을 지지하고 이 재난상황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Q. 정신건강 전문 간호사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력문제 등 국내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표면화되기 이전에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투자가 매우 저조한 수준이었고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 이에 따라 병원을 제외한 지역사회 정신건강분야에서 종사하는 간호사를 포함한 요원들의 처우는 대부분 계약직이다. 때문에 이들은 이직이 잦고 전문성을 키울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세계 정신보건 흐름은 환자를 병원에서 장기입원시켜 우리 사회와 격리시키던 상황에서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더 취약해지고 요구도가 증가할 것으로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인력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정신건강 간호 대상자가 의료진을 포함해 우리나라 전 국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정신질환자와 가족의 인권이 강조되고 있고 대상자들의 요구도 다양하고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높은 요구도에 부응하기 위해 정신건강 간호사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또한 정신건강 간호사 업무 범위도 병원에서 보건소 산하 지역사회정신건강복지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주거시설, 사회재활시설 등 1, 2, 3차 예방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대상자도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개인을 포함해 가족과 지역사회 전체로 범위가 훨씬 더 넓어졌다.
Q. 코로나19 사태를 건강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조언은
-위기를 통해 어떤 사람과 사회는 더 강해지고 성숙하는 반면 또 다른 경우 혼란과 갈등으로 완전히 무너지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코로나19 재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오히려 성장과 발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결시킨다면 이 위기는 현재까지 쌓아온 우리 사회 역량과 장단점을 냉정하게 평가해 주고 제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가 가야할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는 귀중한 체험과 학습의 시간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는 불확실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언젠가는 분명히 종식된다는 점이다. 힘들지만 우리는 이 재난 상황 속에서 희망을 봤다. 감염병 재난현장 최전방으로 달려가 감염된 환자들을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물도 마음껏 마시지 못하는 의료인들, 확진자를 이송하고 구급 활동에 참여하며 때로는 국민들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자신의 피로는 뒷전인 소방관과 경찰관, 그리고 어려운 가운데도 불구하고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이웃들은 우리 사회가 힘을 내서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