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국내 민간의료기관에서는 처음으로 진료 전(全) 과정에서 감염확산 위험을 차단하는 ‘감염병 전문병원’을 건립할 예정인 서울아산병원이 결정을 내렸지만 고민도 적지 않다. 바로 감염병 및 감염환자들에 대한 정부 정책이 현재로써는 많이 아쉽기 때문이다.
가칭 ‘I동’ 운영으로 매년 30~6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데, 현 수가체계로는 정상적인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턱 없이 부족하다. 지원이 필요한 환자에 대한 상황 고려 없이 획일적 잣대만 들이대는 수가로는 일반 병원들은 감염환자를 돌볼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김종혁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산부인과)은 “감염환자들은 일반 환자보다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제까지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동일 병동 내 1인실 등에 격리조치 됐다. 병동이 감염 위주가 아니라 진료과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에 감염 환자들은 병원 전체에 산재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I동이 건립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이 가능해진다.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사태가 아닌 일반적은 상황에도 여러 감염병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수가다. 음압격리료 등은 인디케이션(적응증)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해당 병동들이 채워지고 이에 따른 격리료를 받을 수 있는 급여체계가 갖춰져야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사진 下)은 “환자별 수가 지원보다는 전체적으로 비용을 책정해주는 것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음압격리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해 적당히 수가 책정돼 있지 않냐’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는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등의 상황으로 너무 제한적인 실정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폐포자충 폐렴’ 등이 확인되는데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발생하고 전파도 가능하다. 이 경우 1인실뿐만 아니라 음압병상에서 치료받는게 훨씬 유리한데 정부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염환자를 위한 투자 및 시설이 운영되려면 현실적인 수가 책정 필요”
“병원 감염관리 시설에 대해 용적률 등 제한을 한시적으로 해제해야”
김성한 실장은 “격리료가 산정되지 않지만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1인실 보내게 된다. 환자는 1인실 비용을 본인을 위해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서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환자를 음압 병상에 수용하면 좋겠지만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 같은 질환들은 생각보다 많다. 일반적으로는 격리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특수 상황이나, 전파가 가능해 격리가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수가체계 마련 요구가 크다.
그는 “적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교과서적으로 하는게 맞고 차차 개선될 것이라 예상한 측면도 있다”면서 “이 같은 사례가 점차 현실화돼야 환자를 위한 시설이 운영될 수 있다. 다른 병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또는 감염병 병동 등의 설립을 위해 법적 제한을 한시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바람도 제시됐다.
김종혁 기획조정실장은 “의료기관에선 공간 부족이 항상 문제로 불거진다. 지하 공간을 위해 막대한 돈이 투입되고 사무공간이나 주차장이 밖으로 나가는 일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관리 시설에 대한 부분이라도 용적률 완화 등 제한을 줄여야 한다. 만들면 평소 적자로 운영이 불가피한데도 국민 안전을 위해선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혁 실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은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유명한 말을 했는데 요즘 시기에 적절한 표현이다. 감염시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데다 정부의 요구도 있을 때 투자가 되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