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DNA는 4개의 염기, 즉 아데닌(A)과 티민(T), 구아닌(G)과 시토신(C)이 각각 상보적으로 결합한 약 600억 개의 염기쌍이 이중나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2018년 4월 인간의 DNA에 4중 나선 구조가 존재한다는 게 밝혀졌다.
당시 호주 가반연구소, 시드니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세포 실험 결과를 저널 '네이처 화학(Nature Chemistry)'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4중 나선구조는 G와 C가 많이 몰려 있는 DNA 구간에서, G 4개가 연결된 G4(G-quadruplex) 또는 C 4개가 결합한 iM(I-motif) 형태로 관찰됐다.
단백질이 합성되는 세포주기의 첫 번째 단계(G1)에 iM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4중 나선 DNA 존재가 알려진 지 2년여 만에 영국 과학자들이 인간 생체세포에서 G4, 즉 지-쿼드러플럭스가 형성되는 과정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4중 나선 DNA가 유난히 암세포에서 많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UCL)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번 연구엔 옥스퍼드대와 리즈대 연구진도 참여했다. 관련 논문은 20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화학'에 실렸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탐침 분자(probe molecule)를 단일 분자 현미경 검사법으로 관찰해 큰 효과를 봤다.
종전에는 4중 나선 DNA를 찾아내 달라붙는 항체와 탐침 분자(probe molecule)를 함께 썼는데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다.
고농도 탐침 분자가 DNA를 교란해 G4 형성을 유발한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G4 형성을 탐침 분자가 간섭하는 격이어서 실험 결과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새로 개발한 고형광 탐침 분자는 아주 낮은 농도(종전의 1천분의)로 써도 단일 분자 현미경 관찰이 가능했다.
이 탐침 분자가 G4와 결합하는 건 수천분의 1초에 불과했지만, G4의 안정성은 전혀 해치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 G4는 아주 순간적으로 형성됐다가 곧바로 소멸했다.
G4가 소멸하지 않은 채 너무 오래 있으면, 정상적인 세포 과정에 해로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또한 DNA를 개방해 코드 전사 등 과정을 촉진하는 '유전자 발현'의 한 형태일 수 있다는 추론도 나온다.
이 연구에 참여한 UCL 화학과의 마르코 디 안토니오 박사는 "이제 살아 있는 세포에서 실시간으로 G4를 추적 관찰하는 게 가능해졌다"라면서 "G4가 유난히 많이 나타나는 암세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G4를 차단할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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