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를 근거로 대의원회에 서면 결의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총파업 결정은 대의원회로 넘어 왔다.
하지만 조사 결과와 관련해서 대표성·코로나19 사태·투쟁 실효성 등의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설문조사 신뢰성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우선 총파업 결정 근거는 설문조사에 기인하는 만큼 회원들의 응답률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의협은 "그동안 진행했던 설문조사 대비 이번에는 높은 응답률"이라며 일련의 지적을 일축했다. 지난 2014년 3월 원격의료 저지 투쟁에는 1만1082명, 지난해 대정부 투쟁에는 2만1896명이 참여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2만6809명이 응답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물론 지난 2014년 3월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계획보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률이 높지만, 4대 악(惡)으로 규정한 정부정책에 대응한 총파업 설문조사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설문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회원들의 참여 의사가 중요한데, 과거 몇 차례 시위에서 높았던 참여 응답률과 다른 결과가 나온 전례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A 대의원은 “총파업은 회원들에게 생존의 문제”라며 “과거 시위 때도 찬성 의견이 97%까지 나왔지만 이중 20~30%는 참여하지 않았다. 투표를 하지 않는 회원들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대부분이 개원의와 봉직의였다는 지적도 있다. 설문조사는 개원의(1만1743명), 봉직의(8972명), 교수(2175명), 전공의(1468명) 등으로 특정 직역이 과잉 대표됐다는 지적이다.
총파업이 코로나19 사태 속에 이뤄진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의료진 덕분에’를 외치고 있는 전반적인 국민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B 대의원은 “이번 총파업은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기적으로도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갈 것으로 보이는데, 총파업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총파업의 실효성도 관건이다.
오늘(24일)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통과될 전망이고, 다음달 4일에는 국회 본회의가 열려 의대 신설 및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등 관련법 의견을 예고하고 있다.
건정심 본회의에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통과되고, 의대 신설 및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등 관련 법안도 입법된다면 총파업은 ‘뒷북’처럼 비춰져 회원들의 참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C 대의원은 “한번 통과된 법안은 되돌릴 수 없다”며 “총파업보다 읍소든 뭐든 법 통과를 늦추는 게 가장 현실적인 행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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