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보험급여 대상인 임플란트와 비급여 항목인 치과용 합금을 묶어 싸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료기기 업체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최근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플란트 업체 A사와 이 회사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사는 2014년 임플란트가 보험급여 대상이 되면서 임플란트 가격은 비싸게, 비급여 대상인 치과용 합금 가격은 싸게 책정한 '보험 패키지 상품'을 출시, 병의원에 납품했다.
A사는 임플란트 500만원어치와 치과용 합금 500만원어치를 묶어 600만원에 판매했으면서도 세금 계산서에는 합금을 100만원어치만 공급했다고 기재했다. 치과용 합금 400만원어치는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됐다.
A사의 패키지 상품을 구매한 치과는 높은 가격에 임플란트를 구매한 만큼 건강보험공단에서 더 많은 금액을 지원받게 되고, 비급여 대상인 치과용 합금도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매한 것이다.
이후 정부가 2016년 보험 수가 상한액을 낮추자 A사는 임플란트 400만원어치, 합금 400만원어치를 묶어 팔면서 합금 250만원어치를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하는 식으로 패키지 구성을 바꿨다.
조사 결과 A사 등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치과의사들에게 총 3222회에 걸쳐 180억여원 상당의 임플란트 보험 패키지를 판매했다.
검찰은 이같은 판매행위가 '신종 리베이트'에 해당한다고 판단, A사가 총 100억여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약식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리베이트 행위로 인정하기 위해선 A사가 얻은 이익과 리베이트 제공과정에서 감수한 손해가 명확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사는 보험 패키지 상품 판매를 통해 치과용 합금 가격에서는 손해를 보는 한편 임플란트 가격에는 어느 정도 이익을 얻었을 것"이라며 "치과용 합금 판매로 본 손해와 임플란트 판매로 얻은 이익이 각각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사가 어느 정도의 비용을 출혈적으로 지출했는지 추단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거래행위로 의료인들만 부당하게 큰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고 A사는 큰 손해를 봤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