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임성기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미약품그룹 경영 구도 변화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창업 1세 경영에서 2세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업계에 R&D 문화 등 새 지평을 열었던 임성기 회장이 지난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바통을 이어 받아 그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임성기 회장은 임종윤 대표와 2010년부터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공동대표를 맡아오다가 지난 2016년 3월 비등기 임원으로 물러났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37%를 보유한 지주회사다. 당시 업계에선 임종윤 대표 단독 체제를 2세 경영의 신호로 해석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면 최대주주인 임성기 회장 34.27%를 제외하곤 임종윤 대표가 두번째로 많은 3.65%를 보유하고 있다.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과 차남 임종훈 부사장도 각각 3% 중반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임 회장의 부인 등이 고르게 갖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계열사 지배보다는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미래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영업지주회사를 표방한다. 임종윤 대표는 한미약품의 등기임원으로 사업개발(BD) 총괄사장도 맡고 있다.
2세 경영이 본격화되면 임종윤 대표는 고(故) 임성기 회장이 추구했던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한 신약개발'이란 경영 철학을 계승하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글로벌 진출 활성화 및 신규 사업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바이러스연구원 경험을 지니고 제약·바이오기업 경영인으로서 기본기를 다져온 임종윤 대표는 그룹 내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왔다.
임종윤 대표는 지난 2004년 북경한미약품에서 경영을 이끌며 아동약 시장 1위에 차지하는 등 현지에서 입지를 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북경한미약품에 부임했을 당시 개발하기 시작했던 호흡기 치료제가 최근 현지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되면서 신사업 발굴능력도 높게 평가 받았다.
지난해 열린 '2019 바이오 플러스'에서 임 대표는 향후 제약산업의 방향을 소개하며 한미약품그룹의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오픈이노베이션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혁신 산업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해외 기관들과도 활발한 산학연 연계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과 함께 맞춤형 건강관리를 통한 예방과 치료를 연결하는 '토털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임 대표는 "그룹 지주사 대표로서 의약품뿐 아니라 맞춤형 건강관리를 통한 예방과 치료를 연결하는 '토털 헬스케어' 영역에 미래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며 "의약품을 통한 단순 치료를 넘어 병의 근원을 연구하고 예방법을 찾는 일, 치료에서부터 완전한 건강을 되찾는 일 등에서 한미의 미래 성장성과 잠재력을 찾아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한미약품은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례기간 동안 후계 구도에 대한 여러 의문 등은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50여 년간 제약업계에서 큰 뜻을 펼쳐온 장례기간 동안이라도 고인을 온전히 기리고 추모하고 싶다는 유족의 뜻이 있었다"며 "아직 장례 중인 상황에서 후계구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정중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