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세브란스병원은 류마티스내과 혈관염클리닉의 이상원 교수팀(표정윤 교수, 윤태준 박사과정)이 ‘ANCA 연관 혈관염’ 환자의 장기(臟器) 손상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를 세계 최초로 발굴했다고 12일 밝혔다.
ANCA 연관 혈관염은 면역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혈관 벽을 공격해 염증을 유발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혈관은 몸 구석구석까지 퍼져있기 때문에,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며, 침범하는 장기에 따라 고열, 관절통, 근육통, 피부발진 등 가벼운 증상부터 신부전, 객혈,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각한 증상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로 인해 진단이 매우 어렵고 까다로워,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늦게 진단받은 환자의 10~20%는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환자의 70~80%는 질병 활성도가 매우 낮은 ‘관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ANCA 연관 혈관염 환자의 장기 손상 정도는 방사선 검사를 포함한 여러 검사를 시행해야만 정확하게 평가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측정의 어려움과 부정확성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그런 측면서 혈액검사를 통해 손상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는 임상적으로 매우 유용하고 의미가 큰 상황이었다.
이상원 교수팀은 ‘인터루킨-16(IL-16)’ 단백질을 주목했다. 백혈구 등 면역세포를 포함한 여러 세포에서 분비되는 ‘IL-16’은 질병에 따라 염증을 유도하거나, 반대로 염증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반면 혈관염 분야에서는 명확하게 ‘IL-16’ 역할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혈관염클리닉’에서 운영되고 있는 ANCA 연관 혈관염 환자 코호트에 등록된 환자 220명 중 7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ANCA 연관 혈관염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면역억제제를 투약받기 전 혈액에서 분리한 혈청에서 IL-16의 농도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IL-16이 ANCA 연관 혈관염 평가지표(△활성도 평가는 BVAS, FFS △손상지표 평가는 VDI △기능 평가는 SF-36), 적혈구 침강속도(ESR), C-반응단백(CRP)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IL-16은 ANCA 연관 혈관염 평가지표 중 손상 지표(VDI)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r2=0.306, P=0.006).
반면 다른 ANCA 연관 혈관염 평가지표(BVAS, FFS, SF-36)나 적혈구 침강속도, C-반응단백과는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또 IL-16 농도는 여러 장기 중 귀, 코, 목의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유의하게 높게 측정됐다.
이 교수는 “여러 ANCA 연관 혈관염 평가 지표 중에서 장기손상지표(VDI)는 많은 검사를 요구하는 평가 지표여서 외래 방문 때마다 측정하는 것이 환자분들도 의료진도 어려움이 컸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혈청 IL-16 농도가 ANCA 연관 혈관염 환자의 장기손상 지표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류마티스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Arthritis Research & Therapy (IF 4.103)에 ‘ANCA 연관 혈관염에서 혈청 인터루킨-16과 혈관염 손상지수와의 상관관계’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