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진행 중인 의대 정원 확대 및 신설·공공의대 설립 등과 관련된 설문조사가 ‘관치논란’에 휩싸였다.
지역의대 유치에 사활을 건 일부 지자체들이 소속 공무원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설문조사 신뢰성에 물음표가 찍힌 탓이다. 특히 권익위는 해당 설문조사를 통해 갈등을 조정한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북 남원시는 최근 ‘시장님 지시사항’이라는 내부문건을 통해 “각 실과 소속 전 직원 필히 설문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8월 19일까지 회신하라”며 권익위 설문조사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현재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가 조직적으로 참여해 반대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설문조사와 댓글로 의견을 남겨야 여론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신양식에는 공무원·공무직·청원경찰·기타 현원 및 참여 인원을 명시토록 돼 있는데, 긍정 투표를 강요한 셈이다.
의대 정원 확대 및 신설·공공의대 설립 등 이해관계와 직결된 지자체가 사실상 긍정 투표를 강제하면서 갈등 조정을 위한다는 권익위 설문조사 취지는 무색해졌다.
전현희 권익위 위원장은 "심각한 사회 갈등이 예상되는 사안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갈등 조정의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의료계는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일부 지자체의 여론 조작 행태가 개탄스럽다”며 “전북 남원시는 최근 소속 공무원들에게 공식적인 협조 요청을 통해 해당 설문조사 참여를 종용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권익위 설문조사 자체와 함께 설문 문항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의협은 “권익위가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의료계 단체행동에 대한 문항에서는 ‘국민 건강권을 위해 파업은 철회돼야 한다’와 ‘의료인 생존권이므로 파업은 불가피하다’는 두 개의 선택지를 제시함으로써 파업 이유를 ‘생존권’ 때문으로 단정해 설문 결과를 유도하려는 듯 한 의도를 드러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목포시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목포의대’ 관련한 청원이 있음을 안내하고 “직원들이 기간 내 청원 동의에 적극 참여하고, 지인들에게도 동참할 수 있도록 공유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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