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정부가 의료계가 ‘4대 악 정책’으로 규정한 보건의료현안에 대해 ‘유보’를 언급하며 달래기에 나섰으나,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해당 정책들의 ‘폐기’를 주장하며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측의 강(强) 대 강(强) 입장이 지속되면서 의료계 총파업을 둘러싼 국민 불안만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의협은 21일 서울에 위치한 용산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및 신설·공공의대 설립·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및 원격의료 등 4대 악(惡) 의료정책 철회 시 파업을 잠정 유보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을 통해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집단행동을 중단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협의기간 동안 정부 정책 추진도 유보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부 뜻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제안과 의협 거부는 기존에 양측이 주장하던 것을 말만 바꾼 채 다시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쉽게 말해 정부는 ‘정책 폐기 없이 대화 추진 및 총파업 중지’를, 의협은 ‘정책 폐기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의협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여기서 정부가 10년 동안 의사 4000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 중인 정책이 당장 내년도 3000명의 의사를 양산하지 못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임을 경고했다. 의대생의 국가시험 거부를 언급한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 등 4개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과 협치 부재를 정부가 인정하고, 정책을 철회한 후 의협과 협력해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다하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그사이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올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것을 결의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당장 내년 초 3000여 명의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게 됨으로써 인턴 수급을 할 수 없게 된 병원들은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됐다”며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의무복무와 강제 전공을 내세워 10년 간 4000명의 의사를 더 만들려다 눈 앞의 신규 의사 3000명을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들에게도 의료계 목소리에 귀기울일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대집 회장은 “부디 국민들은 의료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 달라”며 “학생들과 젊은 의사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의사들이 하루 빨리 진료현장으로 복귀해 환자를 만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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