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서구인들이 주로 겪는 질환으로 여겨졌던 IBD(염증성장질환). 하지만 위생환경 개선과 식생활 습관 변화 등으로 국내에서도 IBD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IBD 환자들은 1차 치료제로서 우수한 임상 데이터를 보유한 약제인 킨텔레스를 TNF-α 억제제 사용 후 2차 치료제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의료진과 IBD 환자로서는 해외에서 1차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던 유용한 옵션 하나를 배제한 채 치료에 임해야 했던 것이다. 마침내 올해 들어 IBD 환자들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금년 1월 킨텔레스가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데 이어 8월1일 부터 급여가 확대된 것이다. 데일리메디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천재희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킨텔레스 급여 확대 등 환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킨텔레스가 올해 초 1차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최근 8월 1일에는 급여도 확대됐다. 그동안 킨텔레스를 2차 치료제로 사용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을텐데
A. 킨텔레스는 2차 치료제로 사용하면,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킨텔레스가 가진 효과와 장점이 2차 치료제로 사용하면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안전성을 고려해 킨텔레스가 1차 치료제로 필요한 환자들이 있었다. 감염 우려가 큰 환자 및 고령 환자, 혹은 암 치료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환자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TNF-α 억제제는 암 병력이 있는 염증성 장질환(IBD) 환자에게 쓰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동안 적응증에 따라 어쩔 수 없이 TNF-α 억제제를 써야 했다. 다행히 이번에 킨텔레스가 적응증을 확장하면서 의사 입장에서 이런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킨텔레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Q.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감염 문제 우려도 있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IBD 환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높은가
중국 우한과 이탈리아 등 대규모 감염이 일어났던 국가 등의 데이터를 보면 IBD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이지는 않았다. 다만, 스테로이드를 오랜 기간 쓴 환자들의 경우 코로나19 예후가 좋지 않았다. 또한 기저질환(혈압, 당뇨, 심폐질환)이 있거나 고령일수록 예후가 안 좋았다. 물론 기저질환이나 고령은 IBD 여부와 상관없이 예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다른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후 예후를 나쁘게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킨텔레스는 코로나와 무관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전문가들 역시 코로나 19 항체 검사 시 양성이나 증상이 없는 경우, 면역기능에 영향을 주는 약을 중단하도록 권하고 있다. 반면 메살라민이나 킨텔레스는 중단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Q. IBD의 경우 증상이 없어져도 평생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다 보니 약제 안전성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킨텔레스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어떠한가
오랜 기간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할 때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는 장기간 사용했을 때 안전한지, 두 번째는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지다. 우선 킨텔레스는 안전성 측면에서 어떠한 생물학적 제제보다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킨텔레스는 장기간 동안 사용했을 때도 우려할 것이 많지 않다. 일단 한 번 효과를 보이면 장기간 효과가 나타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킨텔레스의 이러한 강점은 IBD의 평생 치료 개념에서 유리한 약제라고 본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에서 다른 생물학적 제제보다 킨텔레스가 안전한지
대부분의 주사로 주입하는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전신의 면역에 작용을 한다. 염증이 있는 부위는 장인데, 효과는 전신에 걸쳐 나타나는 것이다. 장점이라 본다면 TNF-α 억제제를 쓴다면 장 염증과 함께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신 전신에 작용하다 보니 폐렴이나 다른 바이러스의 감염률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킨텔레스는 약의 기전 상 장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폐결핵이나, 요로 감염 등 다른 전신 감염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대로 장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염증성 장질환 외에 류마티스 등 다른 면역질환에는 작용을 하지 않아 적응증이 없다. 한마디로 장에 특화된 약이다.
Q. TNF-α 억제제 사용이 어려운 IBD 환자가 있는지
A. 어렵다기보단 TNF-α 억제제를 걱정하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연세가 70~80대에 달하는 고령 환자의 경우 감염 우려가 높아진다. 또한 동반질환이 있거나 결핵을 겪었던 환자, 잠복결핵을 치료했던 환자라면 결핵이 재발할까 걱정하면서 기존의 치료제(TNF-α 억제제)를 사용했다. 암 환자들도 고민 중 하나였다. 보통 암 치료 후 5년 이후에나 암이 완치됐다고 본다. 하지만 암 수술 후 2~3년 밖에 안됐는데 환자의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이 너무 심해 생명이나 장 절제 수술 위험이 있을 경우, 생물학적제제 치료가 암 재발에 영향을 줄까 불안했던 경험이 있다.
Q. 킨텔레스가 1차 치료제로 인정되면서, 염증성 장질환에 사용할 수 있는 1차 생물학적 제제 옵션이 다양해졌다. 다양한 치료제 중 킨텔레스를 먼저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A. 나이나 동반질환이 많거나, 감염 위험이 높은 환자, 또는 치료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심리적으로 높은 사람도 있다. 이러한 경우라면 킨텔레스를 더 사용하게 될 것이라 본다. 물론 TNF-α 억제제도 젊고 건강한 환자나 염증이 매우 심한 IBD 환자라면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결론은 옵션이 많아질수록 환자의 입장에서는 혜택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더 세분화해 맞춤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그런데 환자 중에는 킨텔레스를 먼저 사용하고 TNF-α 억제제를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까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오히려 반대의 경우에 대한 연구가 있다. TNF-α 억제제 사용 후에 킨텔레스를 사용하니 킨텔레스의 효과가 더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킨텔레스를 사용한 뒤 2차 치료제로 TNF-α 억제제를 사용한 경우에는 1차부터 TNF-α 억제제를 사용한 경우와 비교해서 TNF-α 억제제의 효과에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킨텔레스는 오히려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효과가 좋다고 본다. 또 한가지 눈 여겨 볼 것은, TNF-α 억제제 사용 후 또 다른 TNF-α 억제제를 사용하면 2차로 사용한 TNF-α 억제제의 효과가 더욱 떨어졌다는 점이다. 즉, 킨텔레스를 먼저 쓴 후 TNF-α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는 TNF-α 억제제의 반응률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킨텔레스 이후에 TNF-α 억제제를 고려할 수 있다.
"질환 특성상 평생 치료 개념에서 유리한 약제"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 있어"
"장(腸)에만 작용해서 다른 전신 감염에 별다른 영향 안 줘"
“VARSITY연구, 킨텔레스 첫번째 사용 근거로 힘 실을 것”
Q. 최근 킨텔레스 기자간담회에서 VARSITY 연구를 소개해주셨다. 해당 연구가 주목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A. 생물학적 제제는 1차 치료, 2차 치료 순서에 따라 효과가 차이가 나는 약제들이 있다. 킨텔레스(베돌리주맙)와 아달리무맙을 직접 비교한 VARSITY 연구는 약제를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에 대해 단서를 준 첫 연구라고 본다. 많은 비용을 들여 임상 시험을 했을 때, 다른 약제보다 불리한 것으로 확인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직접 비교 연구(Head to Head)를 주저할 수도 있고, 일종의 모험이기도 하다. 하지만 VARSITY 연구는 IBD 생물학적 제제 분야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직접 비교 연구이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 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킨텔레스를 먼저 사용했을 때 효과가 더 우월했기 때문에 킨텔레스를 1차 치료제로 써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Q. 국내 임상 환경에서는 어떤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가
A. 국내에서는 더 많은 IBD 환자가 킨텔레스를 1차 생물학적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동안 1차 치료제였던 TNF-α 억제제와 경구약은 고령의 환자, 심폐질환 동반자, 혈전 위험 환자에게는 사용할 때 부작용의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환자일수록 킨텔레스로 관심이 기울어질 것 같다.
Q. 국내 IBD 환자가 증가 추세다. IBD 치료를 위해 의료진과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첫 번째로 사회적 낙인(Stigma)에 대해 말하고 싶다. 에이즈에 걸렸지만 사회적인 낙인이 두려워 쉽게 밝히지 못했던 퀸의 프레디 머큐리처럼 IBD 환자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IBD 환자들도 화장실을 자주 가거나, 장루의 냄새 때문에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병을 밝히지 않으려 했다. 사회에서도 IBD에 걸렸기 때문에 개인의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등 낙인을 찍어 피해를 보는 경우들이 있었다. 하지만 환자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으로 인식을 크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IBD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식생활 등 사회의 환경이 바뀌면서 서구의 질환이 우리나라에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질환에 대해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며, 환자들도 IBD를 숨겨서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 않길 바란다. 예를 들어 IBD를 숨기기 위해 회식자리에서 장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거나, 술, 담배 권유를 피하지 못하고 2차 흡연에 노출되는 등 상태를 악화시키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환자분들은 조금 더 희망을 가지셨으면 한다. 스트레스나 우울감은 질환의 상태를 악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과 사회 생활을 열심히 이어가고,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관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변 사람들과도 적절한 의사 소통을 통해 본인이 가진 질환의 어려움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