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하며 무기한 집단휴진(파업)에 나선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의 우선 타깃은 응급센터와 중환자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 고대구로병원, 건국대병원 등 수도권 20여 병원 교육수련부에 업무개시 명령서를 전달하고 산하기관을 통해 현장실사를 진행했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지자체 보건소 소속 공무들은 병원을 방문해 전공의 당직표 등을 요구한 뒤, 기존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있던 근무계획표와 대조해 없는 인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전공의가 부재한 경우 업무개시명령서를 대신 수령할 대리인까지 정했다.
현장실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일부 병원에선 조사단과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한 시간 반 이내로 업무복귀 하지 않을시 행정처분을 고려하겠다고 공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업무개시명령과 조사 등을 교육수련부에서 계속 거부하자 명령문을 게시판에 붙이고 이튿날(27일) 다시 확인하겠다며 돌아갔다”고 언급했다.
현지실사의 기본적인 방침은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복귀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지만, 우선적으로 응급센터와 중환자실 현황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에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점검 우선 대상이 된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시범 케이스’로 희생양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대한응급의학회 A교수는 “각 병원에 따르면 내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응급실과 중환자실만 점검한다고 한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온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시범케이스’로 처벌을 받게 될 상황”이라며 “전공의들 뜻을 존중한 교수들은 진료 차질이 없도록 연속 당직을 서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정부의 이런 처사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각 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정부 방침에 강경 대응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는 “응급센터를 먼저 점검한다는 방침에 각 병원 응급의학 과장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이후 상황에 따라 교수를 포함한 모든 전임의가 파업에 동참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업무개시명령과 현장실사가 이어지면서 피켓시위를 하던 전공의들은 일단 현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서울 소재 B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안내했고, 일부 전공의들은 시위를 철수한 뒤 업무에 복귀 중이다”고 말하며 “병원 차원에서 강압적인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C 상급종합병원 관계자 또한 “현재 피켓시위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병원이 따로 공지한 바는 없고 업무개시 명령이 떨어지면서 자체적으로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정위, 개원가 파업도 조사 착수…대한의사협회 현장조사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는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사단체에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오후 2부터 의협 임시회관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보건복지부가 ‘카르텔’ 형성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데 따른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해당 단체 소속 각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못하도록 정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업과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때 의협이 '부당한 제한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도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 의협이 의사들에게 휴업하도록 한 것이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신고가 들어와 현장조사를 진행했으며 향후 절차를 밟아 의협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따질 것"이라며 "앞선 판례처럼 이번에도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번 의협의 파업을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릴 경우 의협에 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또 법을 위반한 개인에 대해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의 조사와 관련해 최대집 의협 회장은 "2014년에 1심 판례에서 무죄 선고가 있기에 (해당 판결에 기초해) 법리적으로 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