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방역이 강화되는 가운데 의사들이 파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는 것과 상반되게 비판적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파업이 장기화되며 수술 일정이 연기되는 등 피해를 입는 환자가 하나, 둘 생기자 파업 명분과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공의 및 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은 총파업에 이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는 강경 대응을 고수하는 가운데 시민단체 뿐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다. [편집자주]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는 지난 8월2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6일부터 28일까지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에 돌입했다.
또한 전공의와 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은 병원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대생은 오는 9월 예정된 국가시험을 거부하는 등 강경한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 24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 대해 특별 재접수로 추후 구제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의대생들은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코로나19 대응에 혼신의 힘을 쏟은 인력에 대한 국민 감사 의미인 ‘덕분에 캠페인’을 자신들만의 손동작으로 조롱하고 있다”며 “국시 접수를 취소하고 동맹 휴학을 결정한 의대생들에게 구제 방법을 제시하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게재 후 하루 만에 동의가 20만명을 넘어서며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의 답변을 받게 된다.
이 외에도 의사 총파업을 부정적으로 보고 강력한 처벌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오고 있다. 참여율 또한 청원 당 약 10만명에 가까워 비교적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올라온 ‘공공의료를 위해 4000명이 아니라 4만명의 의사인력 증원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약 10만명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하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청원에는 약 9만명이 뜻을 함께했다.
자신을 의료계 종사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온 국민이 단합해 코로나19 사태를 마무리하고 일상생활로 돌아와야 할 엄중한 시기에 의사들이 환자 곁을 지키지 않고 총파업에 돌입했다”며 “정책을 유보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에도 총파업을 이어가는 의사협회는 국민 목숨을 담보로 정부와 거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파업을 강행한 의사단체로 인해 다른 의료계 인력들은 굉장한 소진을 겪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하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파업 길어지면서 '수술·진료' 등 지연으로 환자 피해 속출
지난 21일 시작한 무기한 파업이 일주일가량 이어지며 실제로 다수의 대학병원에선 중증 환자들의 수술 연기가 시작됐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환자들의 치료까지 차질을 빚으며 환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의사 총파업으로 예정된 수술이 연기되거나 취소돼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연일 게재되고 있다.
서울 소재 상급 종합병원에서 9월 초 유방암 수술을 예정했던 A씨는 “최근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 일정이 9월 말로 밀렸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연기된 날짜에 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며 “지금 당장이라도 조직검사 슬라이드 자료를 받아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B씨 또한 “충수암 4기 복막전이된 환자인 아버지 수술이 8월 31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의사 파업으로 무기한 연기됐다”며 “10시간 이상 진행하는 목숨이 달린 대수술이 단지 파업으로 연기된다는 것이 억울하고 힘들다”고 한탄했다.
청와대 게시판 또한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암환자가 수술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과 이미 잡힌 수술도 연기된다고 하니 납득할 수 없다는 등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재 의사들 파업으로 어머니가 암 재발 판정을 받았음에도 수술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수술 일정이 조정·취소되고 그 피해는 단기간 내 나타날 것이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이 시점에 왜 이런 정책을 발표했고 어떤 문제가 있고 의사들의 입장은 당장 목숨의 촌각을 다투는 수술 환자에게는 중요하지 않다”며 “몇 번의 재발에도 버텨온 어머니가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이 복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124곳 "진료 거부 강행은 폭거" 잇달아 성명 발표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달아 진료 거부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진료 거부 강행은 국민 생명을 볼모로 위력을 과시하는 폭거”라고 주장하며 정부에 단호한 대처와 공공의료정책 지속 추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의사 정원과 공공의료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는 집단이기주의"라며 "한국 의료의 지역별·진료과목별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적 부문에서 활동할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강경 발언으로 반정부 투쟁만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의협의 진료거부 협박을 달래기 위해 공공의료 강화안을 후퇴시켜서는 안 되고 집단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덧붙였다.
이날 입장문에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124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명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 또한 지난 26일 이번 파업을 '환자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즉시 중증 환자 수술 연기를 취소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정상 운영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의료법은 의료인에게 독점적 의료 권한을 준 대신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며 "의사들의 집단휴진과 파업은 명백한 진료 거부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