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 2차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골든타임은 놓쳤지만, 더 큰 유행을 이겨내기 위해 현재 확진자 대응과 장래 대비를 병행해야 한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병원간호사회가 28일 주최한 세미나에서 ‘코로나19 최신 동향과 2차유행 대비’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백 이사장은 “학회는 3월 대구·경북에서 대유행이 수그러들며 지금이 2차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적기임을 계속해서 주장해왔다”며 “하지만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2차 팬데믹을 맞이하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골든타임은 이미 놓쳤지만 더 큰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는 코로나19 확진자 치료 등 대응과 장래를 위한 대비를 병행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 상황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할 조건에 이미 부합했지만 여러 가지 영향을 고려해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원격 수업과 10인 이상 집회 금지 등 일부 규정은 3단계 내용이라 현재는 완전한 3단계는 아닌 2.5단계 정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 등 다수 국가가 록다운(lockdown)을 통해 방역조치를 이어가는데 우리는 아직 한 번도 도입하지 않았다”며 “록다운 없이 방역에 성공하기 위해선 신속한 진단과 역학조사, 격리 조치를 통한 추가 감염 최소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병상, 인력 등 의료자원 뿐 아니라 국가위기대응의료정보망 구축 필요"
백 이사장은 향후 발생 가능한 코로나19 추이를 ▲현재 의료 역량을 넘어서는 팬데믹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올 가을에 지난 2~3월보다 더 큰 팬데믹이 한 차례 발생하는 경우 ▲반복적으로 소규모 감염이 발생하지만 국내 의료 역량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우인 총 3가지로 예측했다.
그는 또한 “의료역량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이를 관리하는 것이 목표지만 최근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어 걱정이다”며 “감당 가능한 범위를 늘리기 위해 효율적 의료 자원 사용 등을 통한 역량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이사장은 “코로나19 확진자는 80%가 경증으로 입원 치료가 입원 치료가 필요 없고 입원한 환자 20% 중 산소 치료 이상이 필요했던 환자는 9%였고 위중 환자는 약 5%였다”며 “이를 기반으로 장래 상황을 예측해 병상과 인력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가을철에는 독감 등 호흡기감염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병원급에서 호흡기감염클리닉을 마련해 외래 환자를 진료하고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참여하지 않았던 병원 또한 진료에 대비해야 한다”며 “공공의료원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상태가 좋아진 환자를 전원 받을 수 있는 병상을 확충해 중환자 치료 가능 병상을 충분히 구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이사장은 “시설이나 장비보다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의료 인력”이라며 “2차 팬데믹이 오기 전 의사, 간호사 등 추가 인력을 확보하고 충분한 교육과 파견 근무를 통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어떤 방식으로 파견 근무할 것인지, 위험수당 등 보상 체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며 “병상과 인력, 의료 장비 모두 2차 팬데믹이 오기 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병상이나 인력 뿐 아니라 감염병의 전반적인 상황을 관리할 컨트롤타워 부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상이나 장비 의료인 부족에 관한 문제는 언론을 통해 널리 퍼져 잘 알려졌지만 현장에서는 실시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어려움이 컸다”며 “병원별 일반 환자나 중환자 수, 병상, 인력 현황 등을 전체적으로 관리할 국가위기대응의료정보망(가칭)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