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정부가 의사국시 실기시험 하루를 앞두고 전격 연기를 결정한 가운데 채점위원으로 군의관을 동원하려한 정황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의사국시 거부에 나선 제자들에 이어 채점위원으로 선정된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부랴부랴 마련한 대안이 군의관이었다는 것이다.
국군의무사령부는 최근 국군수도병원 등 일선 군병원에 ‘의사면허 국가고시 채점위원 지원 지시’라는 제하의 공문을 보내 실기시험 채점위원 동원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보건복지부의 의사면허 국가고사 실기시험 운영을 위한 채점위원 지원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의무사령부는 설명했다.
사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의사국시 거부를 선언하면서 이번 실기시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기시험 접수 인원 3172명 중 89%인 2823명이 응시 취소 및 환불신청서를 제출했다. 실기시험을 취소하지 않고 예정대로 보겠다는 의대생은 349명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실기시험 채점위원으로 선정됐던 의과대학 교수들의 보이콧이었다.
의대생들이 의사국시를 포기하면서 실기시험 채점을 거부하는 교수들이 늘어났고, 사실상 정상적인 시험이 힘든 상황에까지 놓이게 됐다.
의과대학 교수들의 실기시험 관여 거부는 개인적 차원이 아닌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각 의과대학에서 의사국시 실기시험 채점 참여 예정이었던 교수들의 동의를 받아 국시원 측에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불참할 수 밖에 없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내부적으로도 의과대학 교수진 채점 거부 문제로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응시자도, 채점자도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실기시험 진행이 어렵다는 우려들이 제기됐고, 대책 마련을 놓고 적잖은 고민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국시원 의사국시 실기시험 책임자는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았지만 정부에서 시행 원칙이 정해지면 진행할 수 밖에 없어 여러 측면에서 우려가 컸다”고 털어놨다.
복지부가 실기시험 하루 전인 31일 전격 연기를 결정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일주일 후 정상화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로써는 해당 교수들이 실기시험 채점위원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 의대교수 사회에서 제자들과 함께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제자들이 의사국시를 포기한 상황에서 감독관을 자청할 교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을 대신할 채점위원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고, 참여가 찾기도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복지부는 급기야 ‘군의관’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복지부는 의무사령부를 통해 9월 1일부터 4일까지 의사국시 실기시험 채점위원으로 투입할 군의관 차출에 나섰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너무나 몰상식한 교육정책”이라며 “결코 군의관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당한 자격을 갖춘 교육자로부터 평가를 받는 게 지극한 상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의 이러한 행태가 의사들을 더욱 공분하게 만들고 있다. 의학교육 백년대계의 큰그림을 그리겠다는 정부가 군의관을 통해 의대생을 평가토록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