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역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응급실 봉직의들이 오는 9월7일 대한의사협회의 3차 총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응급실을 운영하는 중소병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응급실 특성상 타과 의사들이 대체 근무를 할 수도 없어 '당장 응급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소병원의 얘기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봉직의협의회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 10여 명에 대한 처분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오는 9월 7일부터 총파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필수업무를 제외한 응급실 업무를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단체행동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의료취약지로 꼽히는 전남 지역 응급실 의사들도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정부에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의사들에 대한 탄압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병의원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봉직의들이 연이어 집단행동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중소병원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 전공의도 근무하지 않아 봉직의가 이탈할시 진료마비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응급실을 운영하는 A종합병원 관계자는 “현재 응급실엔 30명 정도 되는 의료진이 근무하는데, 의사 8명은 전원 응급의학과 전문의고 나머지는 간호사”라며 “정형외과 등 다른과 전문의들이 지원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으면 응급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 B종합병원 관계자 또한 “봉직의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극단적인 움직임까지는 아니지만, 가뜩이나 의사 구하기 어려운 지방에서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중소병원 엎친데 덮친 상황 우려감 증폭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이번 의료계 집단휴진 사태까지 겪고 있는 중소병원 관계자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며 의료인력과 시설 모두가 부족한 가운데 현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일례로 대형병원과 달리 음압병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중소병원에선 불가피하게 입원 희망자를 전원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지금도 중소병원 응급실은 힘든 상황”이라며 “임시 격리병실을 설치하고 대응하는 등 비상체재에 돌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봉직의들이 진짜로 집단휴진에 돌입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역 의료계의 안정적인 역할을 위해선 더 이상의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중소병원들 걱정과는 달리 봉직의 단체의 집단행동 조짐은 계속해서 관측되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8월31일 ‘전국 봉직의 회원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봉직의 회원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며, 봉직의 회원들을 지키는 튼튼한 울타리가 될 것임을 약속한다”며 집단행동에 참여해줄 것을 독려했다. 병의협엔 현재 1만명 이상의 봉직의들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