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치료가 필요한 확진자들이 늘고 이에 따라 기저질환을 가진 중증 고령환자 숫자도 누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병상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의 민간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병상 확보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8일 서울시는 관내 중증환자 병상이 6개에 불과하다는 발표를 했다. 8일 기준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한 중증환자 병상 183개를 보유했지만 즉시 사용 가능한 병상은 3개에 그친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령층 환자 증가로 중증환자 병상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중증환자 병상 500개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9일부터는 국군수도병원의 개원 시점을 당겨 확진자를 치료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이 지속적으로 병상 확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중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전국적으로도 37개에 불과하며 광주와 대전, 강원 등 광역자치단체 역시 가용 병상은 0개다.
그런데 이 같은 병상 부족론에 대한 의료계 내부 시각은 조금 다르다.
"정부 병상 컨트롤 능력 부재" 공통적 비판론 제기
최재욱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최근 병상 부족 문제를 빈번히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데다 국민들의 불안감만 부추기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동시에 지난 3월부터는 우즈베키스탄의 코로나19 관련 자문을 지속하고 있다.
최 교수는 “절대적인 병원 숫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 우리나라다. 정말 병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할 병상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민간의료기관에 확진자를 받아달라는 협력을 구하면 환자 치료를 거부하는 곳이 있겠는가”라며 “다만 정부가 이 과정에서 확진자 입원에 따른 환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치료비를 보상하는 등의 절차를 감당하려 하지 않고 병상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병원과의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정부가 이를 나서서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막연한 공포감을 심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계 내에서도 실제 가용 병상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의 경우 자체적으로 전국 52개 병원 중환자실의 가용병상수 실태를 매일 파악 중인데, 대부분의 병원에서 중환자를 볼 수 있는 병상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상이 있어도 중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앰뷸런스가 없다든가, 기존 중환자를 돌보면서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의료인력이 부족한 등의 문제로 입원이 어려운 것이다.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하기 직전 중환자의학회 이상민 이사는 이미 “긴급 상황이 장기화되면 의료진 피로 누적에 따른 탈진 등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중환자실 대응 인력을 고려한 가용 병상 현황을 파악하고, 부족한 곳에 대해서는 의료진 추가 교육 등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중환자의학회 또한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 기능 부족은 문제로 꼽았다.
학회 이상민 이사는 "정부가 나서서 가용병상 정보를 수집하고 환자를 이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의료인력, 병상, 장비에 대한 관리가 어렵다"며 "단순히 병상 숫자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중환자 진료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진자 수가 늘면서 치료받을 곳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존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채 막연히 '부족'만을 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