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골수 채취 과정에서 숨진 영아의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의사 2명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2단독 유정우 판사는 허위진단서작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 A(65)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전공의 B(32)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소내용을 보면 피고인들은 2015년 10월 21일 생후 6개월 된 영아의 골수 채취를 담당했다. 해당 영아는 혈소판, 백혈구, 적혈구 등이 함께 감소하는 범혈구감소증 증세를 보여 골수 검사를 받게 됐다.
당시 3년 차 전공의였던 B씨는 울고 보채는 영아에게 진정 마취제를 투여하면서 골수 채취를 시도했으나, 수차례 실패했다.
이어 2년 차 전공의 C씨 등이 이어받아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골수를 채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골수 채취 이후 영아는 산소포화도와 생체 활력이 떨어지는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숨졌다.
이후 C씨가 키 67㎝, 몸무게 9.1㎏ 정도인 영아의 골수를 채취할 때 주삿바늘을 다소 깊게 찔렀고, 이때 바늘이 동맥을 파열시킨 탓에 저혈량 쇼크로 아이가 숨졌다는 사실이 부검을 통해 드러났다.
그런데 A씨와 B씨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때 사망 종류를 '병사(病死)'로, 직접사인을 '호흡 정지'로, 중간 선행사인을 '범혈구감소증'이라고 각각 기재했다.
검사는 사망 종류에 '외인사' 또는 '기타 및 불상'으로 적었어야 하는 점, 직접사인에 '심장마비'나 '호흡부전' 등의 사망 양식(결과)을 기록할 수 없는 점, 범혈구감소증이 호흡 정지를 발생시킨 직접 원인이 아니라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을 기소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고인 사망원인이 진정수면제 부작용 때문이라고 여겼고, 동맥 파열로 인한 출혈 때문이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라면서 "유족이 진료기록을 복사하고 피해자 부검도 예상되는 등 법적 분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인을 숨기고자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동맥 파열로 인한 출혈의 결과를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지병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된다"라면서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은 '알 수 없음'으로, 사망 종류는 '외인사'나 '기타'로 작성했어야 함에도 진실과 다르게 작성했으므로 피고인들에게 고의가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사가 작성하는 진단서는 사회에서 높은 신뢰를 부여하고 있고, 수사나 재판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므로 진실성과 신뢰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피고인들의 범행이 의료사고 원인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으로 판단되고, 그런 행위가 유족에게 또 다른 상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A씨와 B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재판부는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A씨에게는 골수 채취 시술을 하는 B씨와 C씨에 대해 적절하고 면밀한 지휘·감독을 하지 않은 혐의가, B씨는 사전에 수혈 준비를 하지 않았고 시술 이후 피해자 출혈을 확인하지 못한 혐의가 각각 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의 동맥 파열은 C씨가 주삿바늘을 찔러 골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C씨의 시술상 과실에 대해 A씨와 B씨가 공동정범으로 형사책임이 부과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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