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토록 하는 법안이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논의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 한 채 폐기됐는데, 의료계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건보공단 특사경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해당 개정안은 건보공단의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약국 불법개설 범죄에 한해 특사경 권한을 행사토록 규정해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건보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건보공단 특사경법이 20대 국회에서도 법사위에 상정됐으나,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됐다는 점이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병협) 등을 중심으로 건보공단 특사경법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의협은 건보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갖게 됨으로써 보험자-공급자 관계 왜곡, 선의의 피해자 발생 및 미진한 보상 등을 우려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관리, 보험료 부과 및 징수, 보험급여의 관리와 지급 등 업무를 수행하는 곳으로 의료기관과 대등한 관계여야 하는데,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될 경우 관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협은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보다 ‘자율징계권’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무장병원을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는 것이 지역의사들이기 때문에 의료계 스스로 이를 적발하겠다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공단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가 공단직원에게 갑질을 당하거나 심지어는 강압적인 조사로 인해 목숨을 끊는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경찰권까지 부여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특사경 권한이 부여된다면 현재 평균 사무장병원 수사기간이 11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되고,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재정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사무장병원·면허 대여 약국 적발건수는 해마다 증가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611건에 이르렀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무장병원 등이 챙긴 부당이익 규모는 3조2267억원에 달하지만, 환수는 1788억원(5.5%)에 불과하다.
또 사무장병원은 환자 치료보다 영리추구에 몰두해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국민 안전 및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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