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수술동의서를 받을 때 환자가 실제로 받은 수술명이 기재돼 있지 않다면 설명의무 위반이란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수술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해달라고 한 사건에 대해 원심의 위자료에 대한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2년 소음순 비대칭 교정을 위해 의사 B씨가 운영하는 의원을 찾았다.
B씨는 소음순성형 등의 수술을 추천했다. 상담을 받은 A씨는 B씨에게 소음순성형술, 음핵성형술, 사마귀제거술, 매직레이저 질성형술, 성감레이저 질성형술을 받았다.
A씨의 수술동의서에는 ‘요실금수술, 성감질성형, 소음순성형, 임플란트질성형, 줄기세포질성형’ 5개 수술만 명기됐다. 음핵성형술, 사마귀제거술 등 A씨가 실제로 받은 정확한 수술명은 기재되지 않았다.
이후 수술을 받은 A씨는 외음부 위축증과 골반통을 호소했고, B의사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B의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23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 또한 위자료 200만원을 추가로 인정하며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1, 2심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B의사에게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추가돼야 한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설명의무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은 수술동의서라고 판단했다.
B의사 측은 수술동의서에 기재된 수술이 실제 A씨가 받은 수술을 포함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은 수술동의서에 기재돼 있는 소음순성형술에 음핵성형술이 포함돼 있다고 보고 B씨가 음핵성형술에 관해서도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지만, 소음순과 음핵은 해부학적으로 다른 신체부위이며 일반적으로 소음순 성형술에 음핵성형술이 포함돼 시행된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작성한 수술동의서 중 ‘소음순성형’ 부분에는 소음순수술과 관련된 내용만 기재돼 있을 뿐, 음핵성형술과 관련된 아무런 내용도 기재돼 있지 않아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설사 상담과정에서 해당 수술에 대해 설명했더라도, 수술동의서에 수술명이 누락돼 있으면 설명 후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라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가 상담하면서 작성한 진료기록부에는 실제 수술한 소음순성형, 질성형, 음핵성형, 레이저질성형 등 여러 수술 용어가 기재돼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수술 방법에 관해 설명한 것”이라며 “수술 내용과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환자가 작성한 수술동의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