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강애리 기자] 보건복지부 고위직에 이어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의대생들은 공공재” 발언에 대해 의료계 각층에서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수진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의에서 “의대생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우리 사회의 공공재·공공인력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의사 국시 구제에 대해 국민들과 함께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의료계 단체 및 주요 인사들이 반대 입장문 및 SNS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광열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료에 대한 기본 틀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광열 정책이사는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 닥치니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공공재로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생이 이번에 국시를 거부한 것은 정치적 약자로서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의 이익과 권리를 최소화 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국시 거부를 통해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 일이 없는데 ‘국민의 감정을 거슬렸기 때문에 사과해야 한다’는 논리는 잘못된 언급”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유감을 표현했다.
대전협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당과의 합의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여당 의원의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국민의 표를 얻어, 국민의 세금을 받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공공’을 타인에게 요구할 게 아니라 스스로 ‘공공’이 되고 ‘공공’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했다.
대전협은 “보건의료 영역은 공공의 성격을 분명히 갖고 있고, 의사 일은 생명과 연관이 있기에 다른 직업에서 볼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라며 “하지만 정부는 시간과 예산을 이유로 수십 년 간 이런 특수성을 등한시하고 개인과 민간에 의존해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에 명시된 보건의료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정부와 발의한 법안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지 않는 당을 대신해 젊은 의사들이 거리로 나서 보건의료의 미래를 걱정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자 했다”라며 “하지만 정부 여당은 대한민국의 기형적 의료구조가 그들 자신의 책임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여전히 ‘공공재’ 발언을 일삼는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A전공의는 이수진 의원 발언에 대해 "제3자인 양 의사들만을 폄훼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국회의원"이라며 "본인 발언의 공공성, 더 나아가서는 본인 직업의 공공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서비스가 공공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성격을 가장 오랫동안 외면해 온 것은 정부"라며 "우리나라 공공의료 병상 비율은 10~20% 남짓인데 정부가 시간·예산 등을 이유로 이를 제대로 확충하지 않아 민간의료가 자리를 대신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은 공공의료 개선을 위해 현재 있는 공공의료원 운영부터 정상화하고, 내실있는 병원들을 짓는 등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오로지 표를 위해 지역주의를 앞세워 공공의대부터 짓겠다고 나섰다"고 덧붙였다.
서울 한 의과대학 본과 3학년 재학 중인 학생은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면허가 있는 정식 의료인도 아닌 학생들에게 공공성을 강요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선거를 통해 공직에 오른 의원인 만큼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인식하고 향후 발언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라며 “누구나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는 사회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보다 좋은 사회이고 좋은 국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사람에게 공공성을 부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누구보다도 공적인 자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에게도 공공재라고 부르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대생은 “국가 정책 및 시스템은 공공성을 바탕으로 실행돼야 하지만 개인은 존중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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