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말기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이 법적으로 인정됐지만 일선에서는 본인 의사를 표명할 곳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관련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 신청해야 하지만 이를 받아줄 기관이 부족해 먼거리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최근 실시한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총 447곳이 지정돼 있다.
종별로 살펴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37개로 전체 등록기관의 53.2%를 차지하고 있으며, 보건소는 94개(21.7%), 의료기관 87개(19.5%), 비영리법인 27개(6%) 순이다.
기초지자체별 지정현황을 살펴보면 5개 지역은 아예 등록기관이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1곳 밖에 없는 기초지자체도 91개에 달했다.
결국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 희망자는 타지역으로 이동해 신청해야 하는 번거러움을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의향서 등록자 88.4%가 60세 이상의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거주 지역에서 스스로 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비교적 촘촘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보건소를 활용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
실제 전체 보건소 256개 중 94개만이 등록기관으로 지정됐고, 아직 162개 보건소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비율로는 36.7%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사전연명의료 등록기관으로 미지정된 보건소가 참여토록 하는 등 연명의료결정제도 이용 접근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중단 업무 수행을 위한 윤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도 한계를 드러냈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는 연명의료중단 등의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은 별도의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정식으로 등록해야 한다.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만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 등을 실시할 수 있다.
정부는 연명의료결정제도 활성화를 위해 의료기관 윤리위원회를 2019년 198개에서 2023년 800개로 확대키로 하고, 인센티브 제공 및 운영비 지원 등에 나섰다.
또한 자체 윤리위원회 설치가 어려운 소규모 의료기관도 연명의료 결정이 가능하도록 공용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과 협약을 맺을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6월 말 현재, 총 264개 의료기관에서 윤리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상급종합병원은 42곳 모두에 설치돼 있고, 종합병원은 전체 대상의 46.3%인 146개소, 병원은 0.9%인 14개, 요양병원은 3.4%인 54개 수준으로 설치돼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최근 운영실적을 확인한 결과 71개 의료기관은 최근 3년 간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이행 등의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등록기관별 특성에 맞는 표준운영지침 및 이용 대상자별 상담 매뉴얼 마련, 등록기관 관리감독 등 사업 내실화에 철저를 기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