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한적십자사가 국민 혈액을 헐값에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적십자사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적십자사 손해액은 최근 5년간 4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가 김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혈액공급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국민 헌혈을 통한 혈액의 44.6%인 2백43만5022리터를 의약품 원료를 만들기 위한 분획용 혈액으로 사용했다.
의약품 원료용으로 판매하는 분획용 혈장 판매를 포함해 최근 5년 동안 적십자가가 혈액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총 2조9천360억원에 달하며, 5년간 잉여금(순수익)은 188억원으로 조사됐다.
적십자사 공급 단가와 ‘원료혈장 표준원가’를 비교하면, 적십자사는 재료비·인건비·관리비가 포함된 원가의 65~77% 수준으로 제약사에 분획용 혈장을 공급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김원이 의원실 분석 결과, 적십자사는 혈장 1리터 판매 시 동결혈장 6만846원, 신선동결혈장 4만9천980원, 성분채혈혈장 3만8천382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이 의원은 "적십자사가 혈장 표준원가를 제대로 산출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적십자사 스스로 원가산출 노력을 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정확한 원가 개념은 없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제약사에 분획용으로 공급하는 혈장에서도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김 의원측 지적이다.
2015년 이후 적십자사가 제약업체에 분획용으로 원료혈장을 공급한 현황을 보면, 녹십자와 SK플라즈마에 판매된 동결혈장은 10만1053리터, 신선동결혈장은 35만6천24리터, 성분채혈혈장은 57만5천871리터로 나타났다.
공급단가 기준으로 약 1천261억원의 수입이 발생했지만, 적십자사가 제출한 원가 산출자료에 대입하면 적십사에 477억 4천387만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김 의원이 입수한 각 제약사별 공급단가 조정 관련 공문에 의하면 제약사들은 경영악화, 건강보험 등을 핑계로 분획용 혈장 가격 인상을 반대하고 있었다.
SK플라즈마는 “혈장제제의 원재료인 원료혈장의 가격이 아닌 원재료비, 물가 상승 등 다른 원인을 이유로 경영 성과가 악화되어 가격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녹십자사는 “보험약가가 인상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성분혈장 및 혈장유래제품의 가격 인상이 어렵다”고 언급하며 보험약가 인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십자사가 성분채혈 혈장 공급가격을 인상한 것은 최근 5년간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귀한 마음으로 응한 헌혈이 적십자사와 제약사 이익사업에 함부로 쓰여서는 안된다”면서 “국가가 직접 나서, 혈액관리원 등 국가기관을 통해 혈액공급 및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