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강애리 기자] 해외 의학대학 및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의사고시에 응시한 사람 중 절반이 필리핀 대학 학위 보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합격률은 10%대에 그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외국 의과·치과대학 졸업자의 국내 의사 국가고시 응시·합격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3~2020년 외국 대학 졸업자 중 국내 의사국고시 응시자는 956명이다. 이중 365명이 합격(38.17%)했다.
외국 대학 출신 응시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필리핀 학위자라는 점이 주목된다. 필리핀 학위자 중 의사 응시자는 43명, 치과의사 응시자는 475명으로 치과의사 지원자 수가 훨씬 많았다.
하지만 합격률은 다른 나라 출신 지원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의사 합격자는 18년 간 7명, 치과의사 합격자는 61명에 그쳐 합격률이 13.1%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출신 지원자 합격률(63%)과 외국 학위자 평균 합격률(38.2%)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해외 의대 졸업자가 국내 의사면허 취득을 위해선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국가 의대를 졸업해야 하는데, 1994년 부터 해외 학위자에 대한 의사 국시 자격이 엄격해졌다.
특히 필리핀 의대 졸업자에 대해 현지 의사면허가 있어야 국시 응시 자격이 주어지고, 학위 인정 대학도 줄여 사실상 필리핀 의대를 졸업한 이후 국시를 통해 국내에서 의사를 할 수 있는 경로가 소멸된 상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관리가 엄격하지 않은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의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급이나 제적 등 학사관리가 표면적으로만 존재해 의사인력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권칠승 의원은 “우리나라 의사국시 합격률은 약 95%”라며 “변호사 50%, 공인회계사 10%, 변리사 6%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의대 유학을 통해 편법으로 국가 응시자격을 획득하는 사례가 있다”며 “합격률이 90%를 넘는 우리나라 국가시험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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