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제32회 아산상 의료봉사상에 19년간 파키스탄 사막지역에 종합병원을 세우고 가난한 이들을 치료하며 인술을 실천해온 민형래 원장[사진]이 선정됐다고 19일 밝혔다.
아산상은 1989년 정주영 아산재단 설립자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이나 단체를 찾아 격려하자는 의미에서 제정됐다.
올해 아산상 대상에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주민들의 건강증진과 아동교육에 기여한 어혜화 베네딕다 수녀가, 사회봉사상에는 소외계층에 보금자리를 게공해준 성모자애원이 선정됐다.
고신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민 원장은 1999년 네팔에서 2개월간 의료봉사를 했고, 2001년부터는 파키스탄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병원 책임자였던 한국인 의사가 3년간 임기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귀국 후 병원을 운영할 의사가 없다는 소식을 들은 민 원장은 본인이 직접 병원에서 의료봉사를 결심하고 2001년 부인, 두 딸과 함께 파키스탄으로 떠났다.
민 원장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병원에서 일하며 환자들에게 저렴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의료를 제공했다. 외과를 전공한 덕분에 외래 진료뿐만 아니라 24시간 수술, 입원, 응급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체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2003년부터 2004년까지는 자동차로 10시간 여 떨어진 타르사막 지역을 시작으로 사막마을을 찾아다니며 열악한 환경에 놓인 주민들을 치료하고 무료 수술을 진행했다.
의료봉사를 하는 과정에 사막마을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고 판단한 민형래 원장은 직접 사막지역에 병원을 세우고 환경과 시설을 개선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민 원장은 병원 설립에 앞서 사막의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3년 학교와 기숙을 겸할 수 있는 호스텔(정식 명칭 ‘Love Pakistan Trust’)을 설립하고, 기본 생활교육과 학교를 통해 배움의 길을 열어주었다. 현재 130명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병원 설립을 계획하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초기에 2층 정도 규모를 생각한 것과는 달리 정상적인 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과 의료장비가 필요했다.
이에 민 원장은 벽돌과 나무 등 자재를 구하는 대로 공사를 이어갔다. 7년의 노력 끝에 2013년 7월 신생아실, 수술실, 각종 장비를 갖춘 검사실, 50여 개 병상을 갖춘 ‘차초로병원(Love&Trust Hospital)’을 설립할 수 있었다. 차초로병원은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코리아병원’으로도 불린다.
차초로병원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부족한 시설로 시작했지만 민형래 원장의 헌신과 한국 자원봉사자, 현지 의료진의 도움으로 2013년 개원 이후 10만여 명의 지역주민들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해왔다.
지금은 의료진도 많이 충원되어 현지인 의사만 6명에 달하고 매일 100여명, 월 2500여 명의 외래환자가 방문하고 있다.
차초로병원은 설립 초기부터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병원 운영을 목표로 10세 미만의 어린이는 무료로 치료해주고 있으며, 일반 성인에게는 최소한의 병원비만 받고 있다.
차초로병원은 수준 높은 진료를 펼치고 있고 어려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현지 평가를 받고 있다.
민 원장은 "차초로병원이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장학금을 통한 현지 의료인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며 "또 아이들을 호스텔에서 교육시키며 사막지역 주민들의 삶이 변하는 모습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편, 아산상 의료봉사상, 사회봉사상에는 각각 1억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아산재단은 “내년부터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 상금을 각각 2억 원으로 증액해 수상자들을 격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