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의료계 총파업 여진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까지 미치는 모습이다. 최대집 회장 탄핵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연달아 부결되면서 대의원회 역할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의사협회 대의원 일부는 오는 10월25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고정 대의원 수 조정과 관련된 긴급 발의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대한의학회 대의원 수가 ‘반토막’ 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을 예고했다.
대한의학회 대의원 대부분이 대학교수들임을 감안하면 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메디가 확보한 ‘정관 제24조 대의원의 정수 및 책정 방법 개정안’ 긴급 발의안에 따르면 대의원 정원 250명 중 고정대의원은 시·도 지부(각 1명), 의학회(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10명·25명), 협의회(100분의 8명·20명), 군진지부(4명) 등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시·도 지부(각 2명), 의학회(100분의 20명·50명), 협의회(100분의 10명·25명), 군진지부(5명) 등으로 규정돼 있었다.
문제는 해당 긴급 안건이 가결될 경우 의학회 지분이 50명에서 25명으로 확 줄어든다는 점이다. 의학회 대의원 대부분인 대학교수들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진다는 얘기다.
개원가에서는 대의원회의 ‘보수화’를 해결하고, 의사들의 총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최대집 의협회장 탄핵안과 비대위 구성 건이 연달아 부결된 데에 따른 문제의식이 상당했다.
앞서 최대집 회장은 지난달 28일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세 번째 탄핵 위기를 극복했으나 탄핵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또 의협 비대위 구성건도 찬·반 의견이 동수로 나왔다.
긴급 안건을 발의한 전일문 충청남도 대의원은 “의학회에 너무 많은 인원이 배정돼 있었다. 대의원회 의사 결정에서 민의와 동 떨어진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서 대의원 일원으로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 직선제 대의원을 늘려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위해 긴급 발의안을 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학회 대의원들이 모두 반대하면 해당 안은 통과될 수 없다”며 “현재 의협은 의대생 등 해결되지 않은 산적한 현안들이 너무 많은데 구태의연한 구조로는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갈 수 없다”고 피력했다.
의학회 "의대교수 대의원 축소, 매우 부적절"
의학회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의학회 창립 당시 32개에 불과했던 회원단체가 188개로 늘어 기존 50명이라는 대의원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의료계 총파업 가장 큰 동력이 전공의·학생·교수 등이었던 만큼 교수가 주축인 의학회 대의원 정수를 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학회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188개 학술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50명이라는 대의원 숫자는 결코 많은 게 아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어 “이번 파업에 가장 큰 동력은 전공의와 학생이었고, 교수들이 뒤에서 묵묵하게 지원해 준 덕분에 대정부 투쟁의 파급력을 키울 수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학회 대의원 수를 줄이려는 의도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