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우·신지호 기자]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 간 엇박자가 국민은 물론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도 부추기고 있다.
정부 기관 중에서는 서울시 영등포구보건소가 유일하게 접종 중단 권고를 내렸는데, 해당 자치구 내에서도 유·무료 백신에 따라 접종 여부를 달리하는 등 독감백신 유통과정에서 상온노출·백색 입자·사망자 발생 등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독감백신 사망자 발생으로 겪을 조사 등을 우려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망 원인이 제품 문제라면 바로 중단하는 게 맞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중단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저희와 전문가 판단”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거듭된 독감백신 접종 중단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은 같은 날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독감백신 예방 접종 잠정 중단을 촉구했다. 독감백신 예방 접종과 사망자 간 인과관계가 정확히 드러날 때까지, 적어도 23일부터 일주일간은 유보하자는 것이다.
단 의료계 내부에서도 독감백신 접종 중단과 관련해 이견도 있다. 한국백신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 발생이) 지역적으로 국한되지 않고, 제조사와 생산고유번호가 다르며, 발현하는 증상이 산발적으로 보인다”며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을 가진 면역저하자에 대해서는 독감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협 관계자도 “1300만명이 (독감백신을) 맞았는데, 이중 사망자 27명(당시 기준)이면 그리 많은 수치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질병청은 이날 전문가 대책회의를 열고 독감 접종과 사망 원인과 관련성, 국가 백신 접종 사업 유지 여부 등을 검토한다.
일선 개원가 혼란 속 일부 유료만 접종하기도
독감백신 패닉이 지속되자 개원가에서는 혼란이 점증하고 있다. 더욱이 정 청장 발언 당시 12명이었던 사망자는 23일 0시 기준으로 20명이 늘어 ‘총 32명’이 되면서 불안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영등포구 보건소가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독감백신 접종 보류를 관내 의료기관에 권고한 이후 대부분은 독감 접종을 중단했거나 백신이 모두 소진된 상태였다. 하지만 일부는 무료 대신 유료는 접종을 계속하고 있었다.
영등포구 소재 A의원은 “어제부터 독감백신 접종은 중단된 상태”라고 했고 B의원은 “약이 모두 소진됐다”고 답했다.
C의원 외에 몇 곳은 특정 회사 단 접종 이후 접종을 하지 않았다. 반면 D의원은 “보건소로부터 권고 문자를 받았지만 유료 접종은 정상 시행 중이다”고 말했다.
상황은 타 지역구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의원들은 백신이 이미 소진됐거나 중단했고, 일부에서는 무료 백신 대신 유료를 접종하는 곳도 있었다. 이는 백신 유통과정 중 상온노출 등 잡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로구에 소재한 E의원은 “유통 과정 상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료 (접종은) 하지 않고, 유료 백신만 접종하고 있다”고 했고, 중구 소재 F의원도 “유료 백신만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도 특정 회사만 접종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와 관련,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무료 접종의 경우 정부에서 유통해 논란이 됐기 때문에 피한 것”이라며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나오면 병원에 대한 조사가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대다수 의료기관은 접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