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국내 확인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의심사례가 36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26건에 대한 원인조사 결과 백신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을 예정대로 지속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병·의원 3만5000곳에 접종 중단을 권고한 대한의사협회와 엇박자로 일선 병·의원들의 혼란만 부추기게 됐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현황은 10월 23일 기준 유료접종 486건 포함 약 1427만건이 등록됐다. 이 중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자의 접종건수는 941만건이다.
국가예방접종 대상자로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만 12세 이하 1회 접종 대상 어린이는 약 334만명, 임신부는 약 10만6000명이 접종을 완료했다.
이달 13일 시작한 만 13세~18세 대상은 약 141만명, 19일 시작한 어르신은 약 423만명이 접종을 마쳤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은 총 789건이 신고됐지만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2일까지 신고된 이상반응 내용은 유료 접종자가 204건, 무료접종자가 542건이다. 국소 반응 147건, 알레르기 179건, 발열 155건, 기타 283건이었으며, 사망 사례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백신 유통 및 백색 입자 관련 수거·회수 대상 백신 접종 이상반응 사례 신고는 98건으로 주된 증상은 대부분 국소반응, 발열, 알레르기 등의 경증이었다.
23일 오후 1시 기준 신고된 총 36건의 사망 사례는 역학조사 및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이 진행 중이다. 동일 날짜에 같은 의료기관에서 동일 백신 제조번호로 접종받은 접종자에 대해 이상반응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날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를 개최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22일까지 보고된 26건에 대한 이상반응과의 인과성, 해당백신에 대한 재검정 및 사업 중단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피해조사반은 해당 부작용에 대한 직접적인 인과성을 파악하고 다른 기저질환에 의한 사망가능성을 추가적으로 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중증 이상반응은 24시간 내에 급성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가 대표적이다. 검토된 26건 사례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재검정 또는 봉인(사용중지)에 대해서는 동일 제조번호에서 예방접종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을 배제할 수 없는 2건 이상의 중증 이상반응(사망 등) 사례가 발생할 경우 검토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질병괸리청 관계자는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코로나19 유행상황 아래 동시유행에 따른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고려, 예방접종 사업을 지속하도록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0건의 중간 부검 결과에 따르면 7건은 추가 검사 진행 중이며, 13건의 사인은 심혈관질환 8건, 뇌혈관질환 2건, 기타 3건으로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없었다. 부검을 하지 않은 6건 중 4건은 질병사와 질식사였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를 개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진행 상황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추가 분석자료 검토를 위해 24일 오전 회의를 열어 향후 접종 계획에 대한 추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질병관리청은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차질 없도록 지자체가 접종 유보 여부를 결정하지 않도록 안내했다. 이날 백신 접종 중단을 권고한 서울 영등포구와 경북 포항시에 대해 공문을 보내 중단 권고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23일부터 병의원 3만5000곳에 접종 중단을 권고한 대한의사협회는 이 방침을 지속하기로 결정, 백신 접종을 두고 정부와의 엇박자가 지속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