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수술 중 의료진 과실로 환자에게 장애 손해배상액을 지급해할 때 지금까지 사용된 미국의 ‘맥브라이드 평가표’ 대신 대한의학회 평가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이종광)는 환자 A씨가 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의료진에게 "1심보다 1000만원 가량 줄어든 약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미국 ‘맥브라이드 평가표’에 따라 손해액을 산정한 반면 2심 재판부는 대한의학회 기준으로 산정하면서 배상액이 줄어든 것이다.
앞서 2015년 디스크 치료를 위해 이사건 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A씨는 집도의 과실로 후유장애를 앓게 됐다.
신경이 손상된 A씨는 근육이 약해져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 쪽으로 당기지 못하게 되면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게 됐다. 이후 A씨는 의사와 병원장 등을 상대로 1억3170여 만원의 배상액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 위해 노동능력상실률을 따졌다.
1심은 그간 법원이 판결에서 참고해온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토대로 계산,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24%로 봤다. 이에 따라 배상액은 8000만원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맥브라이드 평가표에 따른 산출액이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1963년 개정판을 끝으로 절판된 기준으로, 현재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국내를 제외하면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적용하는 사례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환자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방법에 변화가 생기면서 평가표에 없는 장애 유형들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2심 재판부 "의학회 기준, 과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우리나라 여건 잘 맞아"
이 같은 이유로 2심 재판부는 맥브라이드 평가표 대신 대한의학회의 장애평가기준을 참고했다.
2심 재판부는 “과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는 평가기준이 마련된 지금 낡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은 가장 과학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의학협회 기준을 기본 모형으로 삼아 맥브라이드 평가표 장점을 취합하고 단점을 보완해 장애율과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하는 방식을 정립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대한의학회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지난 2011년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 초판을 발표했다. 이후 오류 사항을 수정하며 2016년에 개정판을 냈다.
대한의학회는 장애평가기준을 발표하며 “우리나라 법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신체 관련 손해배상은 아직도 1960년대에 만들어진 낡은 기준을 어깨너머로 자율학습한 일부 의사들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동안 의료기술 발달과 사회 환경이 크게 바뀌었지만 이러한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낡은 다른 나라의 기준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으며 “의사는 책임지고 양질의 장애평가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그 역할을 대한의학회가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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