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허윤정 전(前)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이후 6개월 넘게 공석이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에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이진용 교수가 취임했다. 충북대 의대를 졸업해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박사 과정을 거친 이진용 소장은 대한의사협회 공공보건이사 및 건양의대 예방의학과,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장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분석심사 체제로의 전환과 3차 상대가치 개편, 문재인케어 프로세스 완료 등 과제가 산적한 심평원의 연구개발 전반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이 같은 경력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되고 있다. 심평원 출입기자협의회가 지난 3일 이진용 소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임기 동안 그가 펼치고자 하는 로드맵에 대해 들어봤다.
Q.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심사평가연구소장으로 임명됐다. 지원 계기와 포부는
평소에 전달체계 등 의료시스템 개선, 신포괄수가제 확대 등 가치기반의 새로운 지불제도 연구 개발, 상대가치 개편 연구 등에 관심이 많았다. 연구소장은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한 좋은 기회다. 신임 원장님 비전인 ‘세계 최고 건강보험 급여관리기관’ 실현에 기여하고 나아가 연구소도 ‘세계 최고 건강보험관련 연구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저는 야구 감독과 같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감독 한 명이 바뀐다고 해서 야구단이 갑자기 코리안 시리즈에 진출하고 우승을 거두는 일이 일어나긴 어렵다. 그러나 1군을 잘 육성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2군과 3군의 탄탄한 양성에 노력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개인 연구역량과 조직 연구역량을 극대화하고, 업그레이드된 건강보험 정책의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창의적인 건강보험 정책 수립 및 시행을 위한 기초연구도 활성화하고 싶다. 현재 연구소의 업무 가운데 정책 연구 관련 서포트가 50~60%를 차지하고 수가 등 기초 연구는 10% 내외에 그치고 있는데 이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고자 한다. 현재 수가 구조는 95% 가까이 행위별 수가를 따르고 있다. 권역외상센터, 어린이병원 등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곳은 현 구조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무조건 수가를 높이는 것 또한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수가가 올라가면 기본 행위수가 많은 상급종합병원 같은 곳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될 수 있겠지만, 애초 볼륨이 적은 지방 국립대병원이나 의료원에는 큰 효과를 발휘하기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좀 해소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Q. 의료계에서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현재 진행 상황은
기본진료료 개편 및 의료행위의 상대가치 구성 요소별 점수 산출을 위해 올해 완료를 목표로 분야별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본 진료료와 주시술자 업무량 등은 연구 마무리 단계에 있고 진료비용은 진료과목별로 90% 이상 자료 수집이 완료돼 내부 점검 중이다. 각 분야별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1년부터는 행위별 종합 점수를 산출해 의약계와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개편 내역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이다. 상대가치는 사실 어떤 연구자도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결과를 내기 불가능한 영역이다. 연구소 내에서도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돼 있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다른 때보다는 기본 진찰료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부터 행위별 종합점수 산출, 의약계와 논의 시작"
"연구소가 건강보험 정책 싱크탱크 역할 제대로 수행하는 목표 위해 최선"
"공공기관 보유 의료데이터 등 지속 개방하고 업체와 R&D 혁신 파트너십 운영"
Q. 취임 후 HIRA 정책동향 학술지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책동향 전문 학술지 등재 추진은 연구소가 건강보험 정책 수립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는 목표 중 하나다. 학술지 추진을 통해 시의적절한 보건의료 분야의 정책 현안 발굴과 정부, 학계와 의료계등 전문가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보건의료 분야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 심평원의 R&D 조직이 연구소로 확대 개편된 이후 지속적으로 발간되고 있는 연구인 만큼 기존 간행물 형태에서 건강보험 정책 분야의 전문학술지 형태로까지 발전시키고 싶다.
Q. 보건의료분야 데이터 결합전문기관으로 처음 지정됐는데 향후 계획과 전망은
건강보험 청구데이터와 타 정부 부처의 결합 수요가 늘 것으로 생각된다. 데이터 및 개인정보 유출이 없도록 관리할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협의체 운영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공공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개방하고 의료기기, 신약 개발 계획 업체 대상으로 과제 발굴을 통해 컨설팅을 지원하는 R&D 혁신 파트너십을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산업체 경쟁력 지원 및 보건의료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을 위한 HIRA 빅데이터 산학관 클러스터 구축 사업도 추진 중이다.
Q. 코로나19 영향으로 심평원도 비대면 업무 환경이 확대됐는데 연구소도 변화가 있는지
정부의 한국판 뉴딜 뒷받침을 위해 수립된 HIRA 디지털뉴딜 추진단의 중점관리 프로젝트로 보건의료빅데이터 활용 및 사업화를 지원 중이다. 심평원의 강점인 고도화된 ICT 기반 건강보험관리 및 빅데이터 등을 활용·연계해 뉴노멀 시대에 적합한 역할을 수행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OECD 보건의료 질과 성과 워킹그룹 국제회의를 비롯해 보건의료 빅데이터 국제 미래포럼 등 국제사회, 의료계, 학계 이해관계자와 함께 뉴노멀 시대의 보건의료체계 패러다임을 재설계하고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