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학습과 기억,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새로운 뇌 신경회로와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 치매 등 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경희대 의대 심인섭 교수, 충남대 김철희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인지·발달장애 및 뇌 질환 관련 새로운 원인유전자(GNG8)와 신경회로(고삐핵)를 찾아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앞서 뇌 고삐핵에서 ‘삼돌이’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으면 자폐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 상세기전을 알아내기 위해 삼돌이처럼 뇌 고삐핵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고자 했으며, 그 결과 인지장애와 관련된 유전자 GNG8을 발견해냈다.
뇌 고삐핵은 정서, 혐오, 수면 등 감정조절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인지기능과의 관련성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제 유전자가위 기술로 GNG8 유전자를 결손시킨 생쥐에서 인지장애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수동회피검사와 수중미로검사에서 장기기억과 공간학습에 장애가 나타난 것이다.
GNG8의 부재가 학습, 기억, 인지기능의 현저한 저하로 이어진 것임을 유전자결손 생쥐모델을 통해 검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나아가 이러한 인지기능 저하가 뇌 고삐핵에서 아세틸콜린 생성이 감소된 결과라는 것을 밝혀냈다.
신경세포간 연결을 돕는 아세틸콜린이 적게 만들어지거나 뇌내 콜린성 신경세포의 수가 줄면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기억력 손상 완화에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저해제가 쓰이고 있다.
정상 생쥐에 비해 GNG8 결손 생쥐에서는 기억과 학습을 조절하는 대표적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및 그 합성효소가 현저히 적게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습 및 기억과 관련된 뇌 시냅스 가소성 지표인 해마의 장기 강화(LTP)도 현저하게 감소됐다.
실제 아세틸콜린 신호전달을 강화시키는 화합물을 투여하자 생쥐의 장기기억 및 공간학습 장애가 회복됐다.
심인섭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새로운 뇌 신경회로와 유전자가 밝혀짐에 따라 이를 표적으로 하는 인지, 기억 및 신경퇴행 관련 질환의 치료제 개발 연구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및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사이키아트리’(9월28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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