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태동시킨 연구중심병원의 연구비 관리가 그동안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병원들이 무려 7년 동안이나 규정과 달리 제멋대로 연구비를 관리하고 있었음에도 지원금을 주는 정부는 어떠한 패널티도 부여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이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감사한 결과 연구중심병원 재지정을 위한 평가 업무가 부적정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과 연구 협업을 통한 보건의료 연구개발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도입된 연구중심병원은 2013년 대형병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서울대병원 등 10곳이 자격을 획득했다.
이후 정부는 지금까지 이들 병원에 연구비 1682억원을 지원했다.
연구중심병원은 3년 마다 재지정 평가를 받아 자격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해당 지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연구중심병원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병원이 연구비 계정과 관련해 재지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제재도 없이 여전히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감사원에 따르면 10개 병원 중 아주대병원을 제외한 9곳이 별도의 연구비 계정 없이 산학협력단 회계에 편입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는 연구중심병원 재지정평가 지침 위반이다.
해당 지침에는 연구비 관리를 위한 별도의 계정을 운영해야 하고, 산학협력단을 통해 연구비 관리가 이뤄지는 경우 병원의 계정이 구분돼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9개 병원은 이 지침을 무시한채 산학협력단 회계시스템에 병원 연구비를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정부가 지원한 연구비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A대학병원의 경우 연구비 계정 평가를 위해 제출한 손익계산서에는 2018년 연구비 수입이 154억원으로 돼 있으나 다른 서류에는 887억원으로 기입돼 있었다.
병원이 제출한 두 자료만 단순 비교하더라도 연구비 계정의 적정성 여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소관기관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실제 진흥원은 2013년 연구중심병원 지정 이후 7년 동안 재지정 평가를 실시하면서 병원이 제출한 손익계산서만으로 10개 병원 모두 ‘연구비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진흥원이 연구중심병원의 재지정 평가를 부실하게 운영함에 따라 재지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9개 병원에 대한 지정 취소 여부 검토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는 재지정 평가시 연구비 계정 기준 충족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충족하지 못한 경우 보완을 요구하거나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