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간호사 이직률을 줄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워라벨을 높이기 위해 시간선택제와 같은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병원과 간호사 측이 모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간호사 근무형태 도입 토론회’에서 병원 및 간호계 관계자들은 의료기관의 안정적인 간호사 확보와 이들의 장기근속을 위해 다양한 근무 형태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간호사는 24시간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 업무특성으로 3교대의 획일적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국내 간호사의 96%가 여성인데 가임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 임신, 출산, 육아로 이․퇴직을 고려해보지 않은 간호사는 없을 것”이라며 “국내 의료기관 간호사 근무 형태는 정규직 풀타임제로 근무하거나, 아니면 관둬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어느 정도 경제적 여건이 되면 퇴직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간호사들이 경력 단절 후 다시 임상에 돌아오기까지 평균 8년이 소요되는데 의료시스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나 3교대 부담 등으로 대부분 요양병원으로 가거나 다시 유휴인력으로 빠진다”며 “8년 동안 시간제로 근무할 수 있다면 간호사는 경력이 단절되지 않을 것이고, 의료기관은 숙련 간호인력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는 다양한 간호사 근무형태로 ▲단축시간제(근무시간 주 40시간 미만)와 ▲휴일전담제(주말 및 공휴일에만 근무) ▲2교대제(12시간 교대 근무) ▲고정근무제(야간전담제 등 일정 시간대 고정 근무) ▲재량근무제(다른 기관에서 근무하며 주1, 2회 병원 근무) 등 5가지를 제안했다.
실제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한 의료기관에서 간호사의 업무만족도가 증가, 이직 및 퇴직률이 낮고 간호서비스 질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민 청구성심병원 간호부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에 따라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간선택제 등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인사배치 시 원하는 병동과 근무시간, 근무형태 등을 고려해 배정하기 때문에 업무만족도 증가로 간호서비스 질이 더욱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간선택제 도입 후 유휴간호 인력도 현장으로 복귀하고 경력 단절도 예방돼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앓고 있는 간호인력 수급 문제도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정영호 병협 회장 “간호사 채용 점점 더 어려워져, 시범사업 실시 희망”
간호사의 다양한 근무형태에 대해 병원계와 복지부 또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도입을 주장했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유난히 작년에 많은 병원에서 신규 간호사 채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국내 의료기관 대부분이 간호사 채용에 어려움 겪고 있는 현실”이라며 “간호사들이 임상현장을 떠나는 것을 막고 숙련된 간호사 확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3교대가 아닌 여러 근무형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정부 또한 필요성을 느끼고 시범사업이 시행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겸 병원협회 노사협력특별위원장 또한 “간호 인력 부족은 중소병원의 경영을 어렵게 만들 정도로 큰 문제”라며 “간호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낮은 복지 수준과 야간․3교대 근무, 수도권이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하고 싶은 병원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라며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시간선택제나 야간 및 휴일 전담간호제, 상근직 확대 등 다양한 근무형태 제도를 도입하고 근무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영조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모든 직업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하지만 간호사는 컨디션이 환자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며 “복지부도 교대근무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개편하기 위해 야간전담 간호사제를 만드는 등 정책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시간선택제를 도입한 다양한 병원 사례들을 확인하고 있는데 병원협회나 간호협회 등 유관단체와 상의해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는 등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의료현장과 국회, 복지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좀 더 나은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