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수첩] 지난 여름 의료계는 정부와 여당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유례없는 대규모 총파업에 나섰다.
다행히 정부와 의료계가 코로나19 안정화 전까지 공공의대 도입 논의를 중단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 재논의’하기로 합의, 집단휴진은 일단락됐다.
병원을 떠난 개원의와, 전공의들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국가고시와 수업거부 형태로 파업에 참여했던 의대생들은 시험 접수 시기를 놓쳐 1년을 더 기다려야 할 위기에 놓였다.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의대생 구제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응시 대상자 14%만이 참여한 의사국시 실기시험 일정이 최근 종료됐다.
정부는 의사국시 미응시에 따른 인턴‧전공의 부족사태 대책으로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활용 카드를 내밀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등 일선 의료기관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는 의료보조인력을 통해 인턴과 전공의 등 의사 자리를 메우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조만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전문가 등과 함께 PA 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한 TF를 구성해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 뜻대로 의료인력 공백을 막기 위해 PA를 활용하는 방안은 결코 녹록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PA는 현행 의료법상 분명한 불법의료인력으로 업무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조건 등을 어느 단체에서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PA 업무를 전문간호사제를 활용해 정착시키고자 하는 간호계는 오랜 기간 전문간호사 업무 법제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의사단체의 반대 등 직역 간 갈등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복지부 또한 지난 2011년 PA 제도화를 시도한 적이 있으며 작년에도 협의체를 구성해 5차례 논의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는 PA 활용 방안을 두고 “국가 면허체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의료인 전체에 대한 모욕이고 펌훼”라고 발끈했다.
이어 “간호사는 간호업무를 하는 인력이지 의사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니고, 간호사와 전공의는 엄연히 동일시할 수 없는 다른 면허영역에 해당한다”고 불편함 심기를 드러냈다.
PA 제도화에 대한 의사단체의 반응이 회의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한 상의 없이 정책을 집행한다면 제2의 의사 총파업의 시발점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또한 PA 제도가 합법화된다 해도, 정부는 현재 의료 질을 유지하면서 PA 인력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PA제도가 합법화되면 병원들은 저수가에 의한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의사 대신 PA를 대거 고용할 것이고,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면 궁극적인 피해자는 국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의사단체는 그동안 수 차례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해가며 국시 재응시 기회를 마련하라고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정부는 의대생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부여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시 거부 사태에 완고한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면, PA와 같은 대체인력이 아닌 보다 납득 가능한 새로운 구제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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