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유방암 환자가 수술 후 재발 위험이 있는지, 항암치료가 필요한지를 가늠하는 예측 기술이 개발됐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반의 검사법이다.
유방암 재발 위험도를 평가해 저위험군으로 판정되면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생략할 수 있어 환자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외과 한원식‧이한별 교수팀은 유방암 수술 후 5년 이상 장기추적관찰 환자 41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특정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하면 전이재발 위험도와 항암치료 시행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179개의 유전자에 대한 RNA 발현량을 분석한 알고리즘을 통해 원격전이 위험도를 점수화해 NGS 기반의 한국형 유방암 예후예측 검사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환자별로 NGS-PS(예측점수)를 산출해 20점을 기준으로 전이재발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구분하게 했다.
그 결과 NGS-PS가 증가함에 따라 원격재발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NGS-PS가 20점 이상인 환자가 20점 이하인 환자에 비해 전이발생 위험도가 5.86배 높았다.
특히 50세 이하 환자에게서도 정확하게 예측됐다. 항암치료를 안 해도 예후가 좋은 저위험군과 항암치료가 도움이 될 고위험군이 잘 구분될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는 수술 후 기본적으로 항호르몬치료를 받고 미세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사멸시ㅣ기 위해 항암치료가 추가된다.
하지만 항암은 독성이 강해 탈모, 구역·구토, 전신쇠약, 백혈구 감소 등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난다. 항암치료가 필요하거나 불필요한 환자를 분별해 낼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졌다.
이전에는 항암치료 시행여부를 종양의 크기나 조직학적 등급, 림프절 전이 등으로 결정했지만, 최근에는 온코타입DX와 맘마프린트와 같은 다유전자 분석을 통한 검사로 결정한다.
해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종양 크기가 0.5cm 이하이면서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없거나, 유방암 예후예측 검사에서 재발 저위험군으로 판정된 경우 항암치료를 생략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다유전자 분석 유방암 예후예측 검사는 서양인에게 특화되어 있어 50세 이하의 폐경 전 환자의 발병률이 높은 한국인이나 아시아인의 특성 반영이 미흡했다.
또한, 기존 검사법은 외국으로 검체를 보내야해 400만원에 달하는 고비용과 긴 검사기간으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이 개발한 검사는 PCR 기법을 이용하는 기존의 검사와 달리 NGS를 기반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유방암 재발 위험도를 예측한다.
연구팀은 검사비용과 분석시간을 줄이면서 아시아인 특성을 반영한 정확도로 환자별 항암치료 시행여부 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원식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검사법이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고 적용되면 검사 접근성이 확대돼 기존 검사법 보다 빠르고 저비용으로 검사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기존 검사법과 달리 한국 유방암 환자의 조직을 이용해 개발했기 때문에 아시아인의 치료 향상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암연구 학술단체 미국암연구협회(AACR)의 저명 국제학술지인 임상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