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우리나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백신 대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는 중간발표가 나온 이후 세계 각국은 앞다퉈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 화이자는 이미 미국, EU, 일본, 영국 등과 총 10억 도즈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모더나 백신 역시 미국 정부가 1억회분을 사전 구매했으며 일본, 영국, 캐나다, 스위스 등도 백신 선확보를 위한 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관련 국제기구인 코백스를 통해 확보된 백신 1000만명 분을 제외하고는 특정 제약회사와 계약을 통한 확보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능후 장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별기업 접촉을 통해 백신 물량과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조급하게 다가서기 보다 신중한 접근은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이자와 모더나에서도 일반적 예상과 달리 빨리 계약을 맺자고 오히려 재촉하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가 백신 확보에 전혀 불리하지 않은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외신 "한국, 다른 국가들보다 코로나19 통제 잘되고 있어 백신 확보 여유"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이 처럼 여유롭게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코로나19가 잘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백신연구소 이철우 박사는 WSJ와 인터뷰에서 “확진자 수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데 서둘러 백신을 주문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있겠냐”며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급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 입장에서는 백신을 구매할 경우 가격 뿐 아니라 효과와 안전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에서 백신 접종 후 관련 데이터들이 나올 때까지 코로나19를 적절히 통제하고 그 이후에 안전하게 접종을 시작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가 되는 셈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 8월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실무자로서 욕심을 낸다면 국내에서 백신을 급하게 사용하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코로나19를 잘 관리해서 다른 국가에서 접종이 이뤄진 후 부작용 등까지 모니터링하면서 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변수는 최근 들어 중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다.
19일 신규 확진자 수는 343명을 기록해 이틀 연속 300명을 넘어섰다. 정부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3차 대유행의 위험성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후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급증할 경우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대한 신중한 접근법이 되레 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