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강애리 기자] 2018년 12월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중독 사건을 겪은 이후 고압산소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병원장 이성호)은 11월 20일 경기남부 최초로 일산화탄소중독, 잠수병 등 응급 중증질환뿐 아니라 당뇨발 등 만성질환에도 효과적인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최대 10명이 동시에 치료받을 수 있는 다인용 고압산소챔버와 1인용 챔버를 함께 갖춰 만성질환 환자뿐 아니라 응급 환자에 대한 치료가 가능할 전망이다. 반면 건강보험 급여가 질환당 14일밖에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지속적인 치료를 받기 어렵고, 운영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전문 인력에 대한 공식적인 기준 및 교육 체계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어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11월 20일 열린 고압산소치료센터 개소식에는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김솔아 조교수, 박주옥 교수, 박항아 교수, 왕순주 교수, 이정아 부교수 등이 참여했다.
Q. 동탄 고압산소치료센터 개소 의미는
왕순주 교수 : 국내에 2기압 이상 치료가 가능한 고압산소치료기는 현재 66개 기관에 설치돼 있으나 응급환자 치료가 가능한 기관은 26개 뿐이었다. 그나마 경기도는 작년까지 의료기관 2곳이 1인용 챔버만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경기남부 최초로 일산화탄소중독 환자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우리 병원은 경기 남부지역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접근성이 좋다. 또 병원 인근에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들이 많아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화학사고 발생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지난 2017년 2월 동탄 메타폴리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5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환자들이 우리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만약 당시에 고압산소치료를 받았다면 더 좋은 회복력을 보였을 것이다.
박주옥 교수 : 최대 10명이 동시에 치료받을 수 있는 다인용 챔버와 1인용 챔버를 함께 갖춰 중증과 경증 환자를 유연성 있게 치료할 수 있다.
Q. 동탄 고압산소치료센터 장점은
왕순주 교수 :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는 다인용 챔버와 1인용 챔버를 함께 갖추고 있다. 다인용 챔버는 의료진이 환자 옆에 동반한 상태에서 고압산소치료가 가능해 중증환자도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질환으로 인해 독립된 치료공간 제공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1인용 챔버에서는 감염 환자 및 감염 의심환자를 분리된 공간에서 치료할 수 있다.
Q. 현재 임상에서 고압산소치료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왕순주 교수 : 고압산소치료는 2기압 이상의 압력이 가해진 챔버 안에서 100%에 가까운 산소로 호흡하는 치료다. 일반적인 대기압 상태에 비해 혈장 내 산소농도는 10배, PaO2는 15배, 산소투과율은 3배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혈류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의 조직에 충분한 양의 산소가 공급되며 조직의 괴사를 막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고압산소치료의 대포적인 적응증으로 연탄가스나 번개탄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있다. 벽난로 사용 증가로 환자 수가 매년 2배정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환자들은 발생 3시간 안에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하며, 신경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반복적인 시술이 필요하다.
지난 2014년 세월호 구조현장에서 이동형 고압산소챔버가 나타나며 잠수병 치료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산업 현장 및 레크레이션 다이버 증가로 고압산소치료기를 통한 잠수병 치료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당뇨발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15%~20%가 당뇨발을 앓고 있고, 당뇨발은 환자 30%가 하지를 절단할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전세계에서 당뇨발로 인해 30초마다 하지 절단이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고압산소치료를 반복적으로 받은 환자의 경우 당뇨발이 상당히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압산소치료 통해 증상 개선 질환 많은데 건강보험 적용 범위, 수가 등 걸림돌"
"한국형 치료가이드라인 마련, 환자들에 최적의 치료 서비스 제공토록 노력"
"지역사회와의 협력체계 구축 및 응급환자 이송체계 효율성 제고 필요"
Q. 환자들이 고압산소치료를 받는 데 있어 한계는
김솔아 교수 : 건강보험 적용 범위 및 횟수에 대한 논의가 가장 시급하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질환이라도 증상이 일정 기준 이상 심각해야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당뇨발, 돌발성 난청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고압산소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질환은 굉장히 많다. 예를 들면 외국에선 외상 후 생기는 경증 두통 치료를 위해서도 고압산소치료를 활발히 실행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현재 16개 질환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이 적용돼 무수히 많은 다른 적응증을 앓는 환자들은 고압산소치료를 받으려면 매회 2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적응증 있는 질환의 경우 14회라는 횟수 제한이 있어서 환자들이 장기적인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예컨대 당뇨발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2주 간의 치료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향후 고압산소치료에 대한 한국형 치료가이드라인을 논의할 계획이다.
왕순주 교수 : 외국 고압산소치료 자료를 보면 2주, 4주, 6주 시간이 지나며 눈에 띄게 병증이 개선되는 게 보인다. 국내에선 건강보험 적용 일수가 14일밖에 되지 않아 건강보험 적용 하에서 환자들이 질병 개선을 이루기 어렵다.
Q. 고압산소치료 운영에 있어서 보완점은
이정아 교수 : 다인용 챔버를 이용한 치료의 경우 의료진이 최소 1명 이상 동행한다. 2기압이 넘는 고압에 항상 노출되는 의료진에 대한 필수 휴식 시간 보장 등을 명시한 한국형 가이드라인 정립이 중요하다. 또 환자들이 매회 4-5만원 하는 마스크를 자비로 구매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은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문제도 있다.
박주옥 교수 : 중요한 것은 챔버 갯수가 아니라 운영 시간이다. 평일 및 주말, 주간 및 야간 운영 등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즉,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운영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리고 고압산소치료가 응급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응급보다 만성질환 환자가 많다. 특히 암 환자가 이를 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인근 지역에서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협력적인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또 응급 환자를 잘 보기 위해선 이송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챔버 갯수를 늘리는 것은 비용 효과적이지 않고, 전달 및 이송체계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왕순주 교수 : 2017년도에 대한고압의학회가 만들어져 국내 공식 기준을 만들려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고압산소치료에 대한 공식 자격증이나 종사자 자격 기준 등이 없는 상황이다.
Q. 동탄 고압산소치료센터 운영 계획은
왕순주 교수 :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는 지하 2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응급센터에서 승강기로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다. 앞으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긴급사고 발생 시 국가안전망으로 작동하며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응급환자들에게 신속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 응급의학과가 자랑스러운 고압산소챔버를 운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