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비인기과로 꼽히는 비뇨의학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비뇨의학과 전문병원 제도' 도입에 험난함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4월 비뇨의학과 의사들 의견을 수렴한 보건복지부는 신장 및 비뇨의학과 전문병원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하지만 연구용역이 마무리되기 전부터 전문병원 지정 기준을 두고 용역기관과 의료계 입장차가 벌어지고 있다.
22일 서울 드래곤시티 용산에서 열린 ‘2020년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간담회’에서 민승기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보험부회장은 “전문병원 도입 관련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기관과 최근 만나 의견을 교환했는데, 전문병원 지정 기준을 두고 의견 차이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병상기준’이라고 민 부회장은 말했다.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대학연구팀은 현행 의료법에 따라 비뇨의학과 전문병원도 30병상 이상 병상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선 개원의들은 비뇨의학과 환자 특성을 고려하면 이 같은 병상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일반 종합병원도 병상수 15개 정도, 개원가 30병상 충족은 현실 외면 정책"
민 부회장은 “비뇨의학과는 수술을 받은 환자도 퇴원주기가 빠르기 때문에 소위 ‘빅5’ 병원을 제외한 종합병원들도 병상수가 보통 15개 정도”라며 “개원가에서 30병상 이상이란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구기관은 현행 의료법상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인 반면, 비뇨의학과의사회는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연구용역 기관과 의사회가 협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보건복지부가 적극 개입해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병상기준과 함께 CT 설치 기준을 두고도 의견차가 있었다.
전문병원이 도입되면 요로결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CT 진료가 늘어날 전망인데, 기기를 들이기 위한 병상기준 또한 너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의료기관들은 CT·MRI를 사용하기 위해선 150이상 병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원래는 200병상 이상 기준을 갖춰야 했지만 지난해 병상 간 거리확보 기준이 상향조정되면서 소폭 완화됐다.
하지만 비뇨의학과 의사회는 CT를 들일만큼 자본력이 있는 병원이라도 비뇨의학과 전문과목만으로는 150병상이란 기준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민 부회장은 “앞서 말했듯이 비뇨의학과 병원이 많은 병상수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문병원이 도입되면 전신 CT를 활용한 심층적인 진료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150병상이란 기준이 해결되지 않으면 CT도입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는 코로나19 방역차원에서 온라인 강의로 진행됐다. 1000여명의 비뇨의학과 개원의 중 약 400여 명이 등록, 비대면 강의를 수강했다.
비뇨의학과 의사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학술대회 장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방광내시경 소독법’ 등 나중에 직원들도 참고할 수 있는 동영상 강의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