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기약 없이 길어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그 어느 때보다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전체 의료기관의 5% 수준에 불과한 공공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의 80% 이상을 담당하며 이번 코로나 사태에 그 필요성을 충분히 입증했다. 수익성이 저조해 골칫덩이로 여겨지던 공공의료는 경제성을 넘어 지역 주민의 생존을 위한 필수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럼에도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은 국내 의료체계에서 공공의료의 역할은 너무나 미미한 수준으로 실질적 역할을 못 하고 있으며, 공공의료 예산은 오히려 코로나19 전보다 삭감돼 암담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조 회장은 이번 여름을 뜨겁게 달군 의사총파업 역시 그 원인을 ‘공공의료의 부재’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어느때보다 확충을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편집자주]
Q. 국내 의료시장에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역할은 어느 정도로 보는지
너무나 미약하다. 현재 국내 공공의료기관이 약 200개 정도 되지만 실제로 병원 역할을 하는 곳은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국립대나 특수목적공공병원 정도밖에 없다. 그나마 지역에서 거점병원 역할을 한다고 치면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40개 남짓 되는 숫자로 너무 적고 규모 또한 협소하다. 즉 현재 의료시장에서 공공의료가 하는 역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대학병원은 그나마 규모가 있지만, 법인화되고 교육부에 소속돼있는 등 그동안 공공성에 대한 관리가 안 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공공병원 역할을 제대로 한다고 볼 수 없다.
Q. 코로나19 방역에는 공공병원 역할이 컸다고 평가받는데
코로나19 확진자 80% 이상은 지방의료원이 치료했지만 대부분 경증환자 중심이었다.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중증환자 처리능력인데 이를 제대로 갖춘 공공의료원은 서울의료원이나 국립중앙의료원 등 소수에 그친다. 나머지는 경증 환자 치료 병원 역할을 한 것으로 민간병원들은 그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아 공공병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Q.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또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 추세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거나, 중환자가 늘어난다면 감당할 능력이 없다. ‘K방역’은 성공했지만 ‘K의료’는 최하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병원 또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기우제처럼 환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실정이다. 유럽이 환자가 쏟아져 나와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이 공공병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과거 페스트처럼 더 심각한 상황이 왔을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유럽처럼 악화될지 모르고, 코로나19를 넘겨도 어떤 감염병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공공의료 강화를 생존의 문제로 보고 준비해야 할 시기다.
“‘K방역’ 성공했지만 기우제 지내는 것처럼 코로나19 환자 많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실정”
“대통령과 국회, 기재부 등이 힘을 모아 공공의료 강화할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
“의사단체는 내심 공공의료 강화 원하고 전공의들은 제대로 된 공공병원서 근무하겠다는 정서 있어”
Q. 공공의료와 관련된 현 정부의 태도 어떻게 보는지
공공의료 강화는 현재 세계적인 경향이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을 보면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공공의료가 아닌 민간의료 중심인데도 불구하고 ‘K방역’이 훌륭하기 때문에 예산을 삭감한 듯한데 이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또한 현재 정부의 중장기적 계획을 보면 공공의료와 관련된 계획은 아무것도 없다. 코로나19가 없을 때 진행했던 사업들마저 사라졌다. 지금은 코로나19로 공공의료 확대 강화에 전 국민 동의가 모아져 공공의료를 정책화하는데 역대 어느 정권보다 저항이 적을 시기다.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이러한 경향이 멈추고 또다시 소모적 논쟁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이 대통령과 국회, 기재부 등이 힘을 모아 공공의료를 강화할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보여 진다.
Q. 공공의대 반대 등 공공의료에 대한 의사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데
의사들 파업의 근본적 원인도 공공의료 부재에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의사들이 근무할 공공적 의료 환경을 갖추지 않고 숫자만 늘려서 인건비를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쉽게 말해 전국에 새로운 공공병원 20개를 짓겠다고 하고 그에 맞는 인력이 필요해 의대생을 늘리겠다고 하면 의협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의사 수만 늘리면 대부분이 개원가로 쏟아져 나올 텐데 결국 경쟁자만 늘어나는 꼴이다. 의사단체들도 내심 공공의료 강화를 원하고 있고 전공의들은 특히 제대로 된 공공병원 있으면 가서 근무해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현재는 공공병원 대부분이 소규모의 지방에 있기 때문에 회피하는 것으로, 상당한 규모의 병원을 지어 제대로 대우해주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상황은 바뀔 것이다. 직접적 표현은 없었지만 이번 의사총파업도 공공성을 강화시키라는 외침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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