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포괄수가와 정액수가, 성과보상지불방식 등 다양한 지불제도가 도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위별수가제 적용 비중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지불 제도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연구소 이근정 연구팀은 최근 주요국의 지불제도 개편 동향 연구를 통해 "2019년 기준 건강보험 요양급여총액에서 행위별수가에 근거해 지불되는 의료비 비중은 91.3%,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행위별수가제 적용 비중이 95%를 넘는 등 의존도가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전통적 지불방식은 의료공급자의 양질 진료에 대해 명확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특정 성과에 대해 보상하는 지불방식을 도입 중에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현재 우리나라가 운영 중인 환산지수 조정(SGR)을 폐지하고 성과기반 인센티브 지불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영국은 최적임상진료지침을 준수하는 경우 기준 수가보다 높은 수가를 지급, 비용효과적 서비스 제공을 유도한다.
호주는 일차의료중심의 성과보상지불제도를, 일본은 질환 중증도를 분류하고 이를 포괄수가와 행위별수가 항목을 나눠 지불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비록 이들 국가가 여전히 행위별수가를 주요 지불제도로 택하고 있지만 다양한 지불 방식의 도입을 시도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의료생협 등 소규모 공급자 조직을 대상으로 대안적 지불방식을 적용해 보고,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최적임상진료수가(BPTs) 혹은 취약 영역에 대한 총액예산제를 시행해보는 등 다양한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대안적 지불방식의 실험적 적용은 제도 설계가 간단하고 적용이 용이한 방식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형 공급체계 등을 대상으로 비용절감공유 방식을 적용한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고 진료량이 많은 질환 중 임상지침의 준수가 환자 건강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BPTs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PTs란 영국에서 최근 확대 적용하고 있는 지불 방식인데, 예를 들어 같은 고관절골절 환자를 수술할 경우 가이드라인에서 정하는 ▲응급실 도착 후 36시간 이내 수술 ▲입원 후 72시간 이내 노인의학전문의가 평가 ▲수술 당일 또는 다음날 물리치료사 평가 등의 지침을 만족하면 수가를 가산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본 수가만을 지불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밖에도 “행위별수가로 적정보상 및 적정유인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는 필수 취약 영역에 대해 다양한 지불방식의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소아 중증질환 및 희귀질환을 중점적으로 치료하는 어린이병원이나 중증외상 및 응급의료센터, 출산 관련 서비스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이진용 심사평가연구소장도 언급한 바 있다. 이진용 소장은 최근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평소 전달체계 개선 및 신포괄수가제 확대 등 가치기반의 새로운 지불제도 연구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며 “어린이병원 등 필수 의료 영역이면서도 적자가 지속되는 분야는 행위별수가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들 영역은 대상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거나 재정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진료량이 확보되지 않는 영역”이라며 “행위별수가로 적정 보상을 제공하고 필수 기능을 유지토록 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서비스나 비용의 지불단위가 보다 포괄적인 묶음지불제도나 총액예산제 등의 대안적 지불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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