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신경과 전공의 정원이 턱없이 부족해 국내 중증환자 의료인프라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대한신경과학회(이하 학회)는 성명을 내고 “내년 레지던트 전공의 모집에서 주요 지방대형병원 5곳의 신경과 정원이 ‘0명’”이라며 “응급실과 병실의 중증환자들을 지키는 신경과 전공의 정원을 한 명도 안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매년 다음해 신경과 전공의 정원 증원을 최우선으로 증원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2021년 정원은 89명으로 지난해(87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꼬집었다.
학회에 따르면 2021년 전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건양대병원, 단국대병원, 삼성창원병원,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조선대병원의 신경과 전공의 정원은 배정되지 않았다.
2천 병상 이상 규모의 대형병원들의 정원도 2명에 불과했다.
학회는 보건복지부의 정원 배정 방침이 단순히 지원율만을 고려하는 점을 지적했다.
복지부는 필수 인력보다는 지원율이 낮은 전문과들을 육성지원 과목으로 지정하는데, 신경과의 경우 지원율 자체는 낮지 않아 육성 대상과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회는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에 대하여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마음대로 하고 있다”며 “무슨 권한으로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데 필요한 신경과 전공의 정원을 터무니없이 낮추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학회는 국내 다른 진료과와 비교해서도 신경과 전공의 정원이 불합리하게 배정됐다고 꼬집었다.
학회의 신경과 전공의 대책특별위원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응급실 진료에서 중환자 진료 건수에서 신경과는 응급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다음으로 많은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진료 전문의 수는 7위, 전공의 수는 14위로 의료진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국과 비교해서는 더욱 정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1천 병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 신경과 전공의 확보율(1.5명 미만)은 미국(10~12명)·인도(6명)·일본(5~10명)·이탈리아(5명)에 크게 못 미친다.
학회는 “미국 인구가 한국의 약 6배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 전공의 수의 16%가 한국 전공의 정원의 적절한 수라고 볼 때 다른 전문과들은 오히려 많고, 신경과는 40%나 더 적은 반면, 다른 전문과들은 40-90%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진료과 전공의 정원은 인구 대비 미국의 2배를 배정하고, 중증 환자들 생명을 지켜야하는 신경과 전공의는 미국보다 40%나 적게 배정했다”며 “미국, 일본, 유럽의 신경과 의사들은 한국의 신경과 전공의 정원이 너무 적다고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월급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정원을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미국은 정부가 전공의 월급을 주고, 정원 이외로 더 뽑을 때에는 병원에서 월급을 준다. 언제라도 추가 모집이 가능하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