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수첩] “보건복지부는 꿈쩍도 안한다.” 최근 전공의 모집 관련 내용을 취재하며 만난 某 대학병원 교수의 푸념이다.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응시 거부에 따른 인턴 부족 사태 수습책은 실기시험 재실시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복지부와의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교수가 "복지부는 콧방귀도 안 뀌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내비친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묘사를 붙이기에 충분한 국면이다. 의사 총파업 초기만 하더라도 ‘최악의 국면’은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의사들 파업에 따른 한시적 의료공백 정도를 예상했다.
‘의사국시 80% 결시’, ‘인턴 3000명 부족’ 등의 얘기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선배 의사들은 평상으로 돌아갔지만 예비의사들은 갈 곳을 잃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는 커녕 ‘초유의 사태’라는 실체만 분명해지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질 기미가 없다. 올해 3월 초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할 당시 전문가들은 이미 여름철 ‘2차 대유행’을 예고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8월 경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일 신규 확진자가 세자리를 기록했고 일각에서는 ‘락다운’까지 언급됐다. 당시에도 감염병 전문가들은 겨울철 인플루엔자와 함께 확진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트윈데믹’을 언급했다.
3월 6일 이후 8개월만인 11월 26일. 일일 확진자가 500명을 돌파했다. 현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세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두고 고민 중이다.
국내·외에서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당장 희망을 갖기에는 섣부르다. 한편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의료자원 및 인프라 확충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령화로 늘어나는 만성질환자와 암과 같은 중증질환자 진료량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시적인 기간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의료인들의 희생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가 지난 26일 전공의 전기모집 정원을 발표했다. 모집 4일을 앞두고서야 겨우 정해진 셈이다.
예년대로라면 함께 나왔어야 하는 인턴 정원은 발표되지 않았다. 복지부 측은 “모집 규모 등을 논의하고 있어 정원 확정 시점은 장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실 올해 의사국시 응시인원과 인턴모집 정원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 인턴 정원은 당해년도 의사면허 취득자가 아닌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요청을 복지부가 승인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복지부는 실기시험 응시 인원 변동을 고민하기보다는 인턴정원 발표 여파를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턴정원은 예년과 큰 변동 없이 3000여 명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고, 결정이 내려진 후에는 80% 이상의 인턴 공백이 자명해지는데 이를 수습할 방안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발생할 의료현장의 혼란이 자명한 만큼 속을 태우고 있는 것은 병원과 복지부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극복할 합의점은 없다. 의정협의체가 아직 논의 단계인 상황에서 1월 인턴 모집에 맞춰 실기시험을 재실시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입원전담전문의 등으로 대체한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소수 인턴을 두고 다퉈야 하는 수련병원과 전공과들 만큼이나 복지부도 하루 하루 피가 마른다.
그래도 의료계와 복지부 간 의견이 일치하는 지점은 있다. 바로 환자다.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진료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병상 수가 넉넉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일 수 밖에 없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든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늦으면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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