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우리나라 여성들은 폐경 이후 고혈압이나 당뇨병,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 발병을 가장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폐경 이후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줄여주는 폐경호르몬요법에 대한 인식 수준은 낮았다. 특히 개선 방안으로 적극적 치료보다는 건강기능식품 복용을 선호했다.
대한폐경학회(회장 김탁)는 오픈서베이 의뢰를 통해 국내 폐경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한 ‘폐경 질환 인식 및 치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50대 이상 여성 중 폐경을 경험한 여성(마지막 월경이 끝난 후 1년 이상이 지났거나 자궁적출 수술 등으로 폐경을 진단받은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통해 진행됐다.
폐경 여성 10명 중 8명(80.3%)은 폐경 증상을 경험했다. 가장 빈도가 높은 증상은 불면증 및 수면장애(58.1%)였다. 이어 안면홍조(48.7%), 야간 발한과 식은땀(48.0%) 질 건조나 성교통과 같은 생식기 증상(44.3%), 상실감과 우울감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43.9) 순으로 많았다.(복수 응답)
이들은 폐경 이후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등의 만성질환 발병률 상승(27.4%)을 우려했다. 또 복부비만이나 피부변화와 같은 외형적 변화(27.2%), 안면홍조나 식은땀 같은 폐경기 증상(17.4%)을 걱정했다.
김탁 회장(고려대안암병원 산부인과)은 “폐경은 난소 노화로 인해 배란과 여성호르몬 분비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으며 발생하는 현상으로 중년 이후 여성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 부족은 안면홍조나 수면장애, 야간발한과 같은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폐경기 증상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심혈관질환, 당뇨병,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증상 개선 방법 중 폐경호르몬 요법 선호 24.6% 불과
폐경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지만 국내 폐경 여성의 치료 인식률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폐경기 증상 개선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병원 방문 치료(폐경호르몬 요법)를 답한 응답자는 24.6%에 불과했다. 운동과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개선(37.8%), 건강기능식품 섭취(27.6%) 등의 선호도가 높았다.
이 같은 인식은 폐경 증상 개선을 위한 치료 및 관리 경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증상 개선을 위해 실행한 치료나 관리법을 묻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수의 응답자가 건강기능식품 섭취(78.8%)를 꼽았다.
생활습관 개선(56.6%), 폐경호르몬요법(38.3%), 약국에서 구매한 일반의약품 복용(28.3%), 한의원 방문(20.2%) 순으로 집계됐다.
신정호 대한폐경학회 사무총장은 “건강기능식품 섭취는 폐경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여성호르몬 저하로 인한 만성질환 위험 증가를 줄여주는 예방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호르몬 치료는 실제 만성질환 발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여성 기대수명이 늘고 폐경 이후 건강관리 중요성이 커진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여성에서 위험보다 이득인 폐경호르몬 요법, 초기일수록 효과 좋아
폐경 전후 발생하는 다양한 증상의 개선을 위해 가장 권장되는 치료는 폐경호르몬 요법이다.
폐경호르몬요법은 안면홍조, 발한, 피로감, 두통 등의 폐경기 증상 조절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폐경 초기(발생 10년 이내) 사용할 경우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골다공증 등의 발생 위험을 줄여주며 전체 사망률도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여성들은 암 발병 위험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폐경호르몬 요법을 망설이거나 중단하는 비율이 높다.
설문 참여 폐경여성의 75.4%가 폐경호르몬 요법을 받으며 가장 우려하는 점으로 암 발생 위험을 꼽았다. 폐경호르몬 요법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2.7%의 응답자가 "암 발생이 위험스럽다"고 답했다.
폐경호르몬요법 중단을 경험한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단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도 암 발생 위험(63.8%)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어 병원 방문 번거로움(12.8%), 부작용 위험(8.5%), 경제적 부담(6.4%) 등이 언급됐다.
김탁 회장은 “해외 연구 결과와 달리 국내 유방암 환자들은 발병 연령이 비교적 이르고 유병률 또한 낮은 편이다. 폐경호르몬 요법으로 인한 유방암 발병 위험이 있는 여성이 극히 제한적임에도 아직도 암 발생에 대한 우려로 호르몬 치료를 주저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폐경호르몬 요법은 대다수 여성에게 매우 안전한 치료법이고 일찍 시작할 수록 이득이 크므로 폐경 증상이 고민이 될 때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