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의사국시 사태가 이대로 끝나버리면 내년에는 간호사 대란이 예상됩니다
. 특히 중소병원들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게 될 게 자명합니다
.”
전국 병원계 수장인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이 의사국시 파행에 따른 간호인력난을 우려했다.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은 의료공백을 메울 대체재로 간호사를 지목한 셈이다.
올해 제85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는 전체 응시대상자 3172명 중 446명만이 응시원서를 냈다. 이 중 12명은 접수 후 취소했고, 11명은 당일 결시해 총 423명이 최종 응시했다.
시험은 대상자의 13% 가량만 응시한 채 지난 달 10일 끝났다. 매년 3000명 이상 배출되던 의사가 내년에는 400명대로 대폭 축소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아직 시간적으로 의대생 구제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의료계는 일찌감치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신규 인턴 2700명 이상이 배출되지 않을 경우 수련체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였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입원전담전문의 등으로 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현행 의료인력 시장 흐름 상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결국 인턴 빈자리를 메울 대체재로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를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PA의 경우 현행법상 불법인 만큼 병원들 입장에서는 대놓고 PA를 인턴 대체인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펴지 못하는 처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병원협회 회장이 ‘PA 대체론’에 힘을 실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정영호 회장은 “그런 상황은 벌어지면 안되겠지만 만약 의사국시가 이대로 마무리 된다면 병원들 입장에서는 PA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비중이 높은 대학병원 중심으로 폭발적인 PA 수요가 예상된다”며 “이는 중소병원 간호사들의 대규모 이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물론 정영호 회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만큼 결단코 의사국시가 파행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병원계는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의대생 구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다”며 “의대생들도 적극 응시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전향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이 필기시험에는 대거 원서를 접수했다. 내년 1월 7일 시행 예정인 제85회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에 총 3196명이 응시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9월 실기시험에 응시 대상자인 3172명 중 446명 만이 접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달라진 수치다. 당시 응시율은 14%에 불과했지만 이번 필기는 100%를 육박한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늦어도 내년 5월에는 신규 인턴을 수급할 길이 열려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내년 1월 7∼8일 필기시험 이후 1∼3월 중으로 실기시험을 치르면 3~5월에는 신규 의사들을 수련병원에 배치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행보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복지부는 2021년도 전공의 정원을 발표하면서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정원만 공개했다.
인턴과 레지던트 정원을 동시에 발표하는 게 통상적이었지만 이번에 인턴정원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인턴공백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한 수련병원 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복지부의 결단”이라며 “의사국시와 인턴 전형 횟수에 제약이 없는 만큼 정상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