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기자] 영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세계 최초로 승인하자 '초고속 작전'을 폈던 미국의 백신 승인은 왜 늦어지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두 나라의 백신 승인 검토 절차에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규제당국은 관련 서류 수천장을 꼼꼼히 점검하는 등 제약사 임상시험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 원 데이터(Raw data)를 다시 분석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제약사가 낸 보고서만 읽지 않고 임상시험 데이터를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본다는 설명이다.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엄격한 검토라는 측면에서 미국은 "아웃라이어(다른 대상과 확연히 구분되는 탁월한 존재)라면서 "FDA는 원 데이터를 실제로 살펴보는 몇 안 되는 규제기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반면 영국과 유럽 규제당국은 원 데이터를 꼼꼼히 살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제약사의 자체 분석에 좀 더 많이 의존한다고 NYT가 전했다.
하지만 영국의 코로나19 백신 검토 절차가 미흡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번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대해 1000장 이상의 서류를 검토하는 등 '전례없이 많은' 원 데이터를 살펴봤다는 것이 영국 정부 입장이다.
미국과 영국 모두 외부 전문가 패널로부터 자문을 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국 쪽이 좀 더 신속하고 융통성 있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화이자로부터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접수한 FDA는 오는 10일 자문위원회 회의를 처음 개최할 예정이지만, 영국의 전문가 그룹은 이미 40시간 이상 모여 데이터를 점검하는 등 검토 작업을 수행했다.
영국 정부에 화이자 백신 승인을 권고한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준 레인 청장은 "산을 오르려면 준비를 하고 또 해야 한다"며 "우리는 6월부터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레인 청장은 "11월10일 (화이자의) 초기 임상시험 결과가 도착했을 때 우리는 베이스캠프에 있었다"며 "최종 임상시험 분석을 받았을 때는 이미 라스트 스퍼트를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WSJ "영국 빠른 승인은 브렉시트 덕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이 먼저 승인한 이유를 다르게 분석했다.
2일 보도에서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이 신속히 대응한 결과"라며 "MHRA는 그동안 유럽의약청(EMA)과 협력해 유럽 전역에 보급되는 의약품·의료기기 상당량에 대한 승인 관련 업무를 처리한 경험이 있다"고 전하며 영국의 빠른 승인 요인을 분석했다.
EMA는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올 1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전 까지는 런던에 있었다.
즉, "브렉시트에 따라 그동안 MHRA가 해왔던 다른 유럽 지역에 대한 의약품 승인 업무량이 크게 줄면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 검사 등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있었다"는 게 WSJ 설명이다.
WSJ는 "올 연말까진 영국에서 사용되는 의약품 대부분에 대한 승인 업무를 EMA가 담당한다"며 "그러나 영국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백신 만큼은 MHRA 안전성 검사결과가 나온 뒤 곧바로 긴급사용 승인을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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