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올해 말까지 낙태 허용 범위 등 개정안 마련을 주문했으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보건복지위)는 아직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정기국회 회기가 오는 9일 종료될 예정인데, 여야는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모자보건법 개정이 헌재가 주문한 이달 말까지 이뤄지지 못 할 경우 ‘입법 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국회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위는 국감이 종료된 이후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상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전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위헌 판결도 있었고, 모자보건법 개정 등 후속 입법도 해야 한다”면서도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법안소위에 상정됐으나 논의는 전혀 안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헌재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모자보건법 개정도 중요해졌다. 낙태죄 관련 현행 법체계는 처벌조항을 규정한 형법과 임신 24주 이내 처벌 제외 요건을 규정한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복지위는 지난달 26일 전체회의를 끝으로 더는 열리지 않고 있다.
당시 여당 보건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1 법안소위에서 81건 심의·8건 의결·48건 계속심사, 제2 법안소위에서 114건 심의·25건 의결·29건 계속심사 등으로 됐는데, 1소위와 2소위가 왜 이리 차이나냐”며 추가심사 일정을 논의할 것임을 예고했는데,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국회 본회의가 열렸던 12월 2일에는 김 의원을 비롯한 여당 보건복지위 의원들이 추가심사를 위한 의사일정 합의를 야당에 촉구했으나, 이에 대해 야당은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야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추가심사를 안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보건복지위가 타 상임위에 비해 법안심사 및 의결도 많이 하는 등 발목잡기가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의사일정은 간사 협의로 진행하면 되는 것”이라면서도 “여당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이전 논의에서 통과될 건 통과됐고, 정부 측에서 신중하게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해서 보류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여당 소속 보건복지위 의원들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안전 3법’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야당 협조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수술실 CCTV·의료인 면허관리 강화·의료인 이력공개와 관련한 20여개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이들 법안은 의료계의 반대로 폐기됐다”며 “21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 이들 법안은 이미 오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왔고 사회적 공감도 형성돼 있으니 심의에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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