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유방암의 선행항암화학요법(선행항암)에 따른 종양의 면역반응을 체계적으로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 받고 있다.
면역항암제 효과를 가늠하는 단초를 함께 밝혀 기존 선행항암에 면역항암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치료 방향이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센터장 박연희)는 화이자 항암제연구개발부 칸 박사와 공동 연구를 통해 선행항암으로 유방암의 미세종양환경 면역체계가 바뀌는 과정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 과정에 맞춰 치료하면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침윤성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 210명을 대상으로 ▲항암 시작 3주 전 ▲첫 항암제 투여 후 ▲항암 종료 후 수술시 세 차례로 시기를 나눠 암조직을 떼어내 분석했다.
환자에서 얻은 조직은 병리학적으로 암조직을 구석구석 살피는 동시에 삼성유전체연구소에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를 통해 유전자 특성을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치료가 끝난 후 최종 분석까지 마친 146명 환자 중 55명(38%)에서 조직학적 완전 관해(pathologic Complete Response, pCR)가 관찰됐다. 선행항암으로 암세포가 괴사했다는 의미다. 나머지 환자는 치료 후에도 암세포가 미세하게 남아 있는 게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치료 단계별로 암조직의 변화를 탐구하여 암이 사라진 환자의 특징을 파고 들었다.
선행항암에 따른 효과는 항암제를 투여하는 첫 순간부터 두드러졌다.
유전자 표현형을 살펴본 결과, 암세포 성장과 확산을 돕는 경로는 저해되고, 암조직 주위 미세환경 변화는 활발해졌다. 암세포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유방암의 아형 중 HER2 양성인 경우와 삼중음성인 경우 이러한 변화가 더욱 분명했다.
선행항암은 종양침윤림프구(tumor infiltrating lymphocytes, TILs)도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종양침윤림프구는 종양미세환경 주위에 머물며 암을 찾아내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암을 치료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하지만 암이 종양침윤림프구를 교란하고 속이는데 더 능숙하다보니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암치료가 어려운 이유다.
이번 연구에서 병리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암이 완전 관해된 환자들의 경우 종양침윤림프구의 면역세포밀도는 선행항암 1회차에 증가했다가 수술할 때 즈음엔 진단 당시 보다 떨어졌다. 잔여암이 있는 환자들은 삼중음성유방암인 경우에만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면역세포밀도가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면역항암제가 효과를 발휘할 기회도 많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기존 선행항암에 면역항암제를 더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시점도 이 때로 봤다.
종양미세환경 상태 변화도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됐다.
선행항암을 시작하고 나선 종양미세환경 내 면역세포인 T세포가 많아지는 경우(Hot tumor)가 늘었지만, 치료를 마친 후 수술을 할 때 쯤엔 T세포가 암 주변부에만 머무는 경우(Cold tumor)로 바뀌었다.
연구를 총괄한 박연희 센터장은 “선행항암에 따른 유방암의 조직과 유전체 변화를 살핀 이번 연구를 보면 면역반응이 활발한 치료 초기에 면역항암제 효과도 더욱 극대화되리란 걸 예측할 수 있다”면서 “이를 잘 활용하면 난치성 유방암 환자 예후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더 확실한 치료 방법을 찾아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