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 부정맥 진단을 받은 A씨는 늘 불안에 시달린다. 심장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아도 막상 검사를 받으면 특별한 증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소 진료를 받던 병원이 집에서도 상태를 확인해 주는 재택의료 사업을 한다는 데 기대감을 품었지만 혜택을 받지 못했다. 심장질환 재택의료 시범사업 대상이 기기 삽입 환자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 1형 당뇨병 환자인 B씨는 주치의 권유에 따라 재택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이미 알고 지내던 의료진과의 상담 덕에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재택 서비스 외에도 교육상담팀 인원이 적은 상황에서 병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야 하다 보니 정기적으로 방문에 병원에 체류하는 시간이 오히려 길어졌다.
코로나19 국면 장기화와 함께 올해 급속도로 도입이 늘어난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환자와 의료진에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됨에 따라 사업 외연 확대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부터 참여기관 모집을 시작하거나 본격적으로 시행 중인 재택의료 시범사업은 ▲재활환자 ▲심장질환자 ▲가정용 인공호흡기 환자 ▲분만취약지 임산부 ▲1형 당뇨병 환자 등 다양하다.
이들 환자군 대부분은 수술이나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거나 평소 치료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았던 경우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 방식도 비슷하다. 의사 혹은 간호사의 교육상담료 혹은 비대면 상담에 따른 환자관리료를 각각 수가로 책정한다.
의료계는 이처럼 교육상담이 급여권으로 진입한 데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뇨병 재택의료 시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A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초진 환자의 비대면 상담 측면보다는 내원 전후 환자의 체계적 관리 측면이 크다”라며 “시범사업 기간 동안 수가 책정이 가능해 의료진을 추가 투입할 여력이 된다”고 밝혔다.
B상급종합병원 관계자도 “재택의료가 치료 연속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참여 기관으로 선정된 후 사전에 대상 환자를 조사해 권유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에는 다른 분야에서도 재택의료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 교수는 최근 서울대병원이 개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공공의료 역할 심포지엄에서 "중증 및 희귀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재택의료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선영 교수는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에서는 중증질환 혹은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재택의료 방문서비스를 시행 중이지만 관련 수가는 없는 상황”이라며 “중증소아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참고해 성인 재택의료 수가를 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늘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존 입원 및 외래 환자 진료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늘어감에 따라 재택의료 제도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중이다.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 대상을 확대하고 수가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앞선 B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환자 스크리닝 및 사업 홍보 등 준비 과정에 투입되는 인력이 많은데 수가가 현실화되면 전담 인력을 늘릴 수 있을 것 같다”며 “현 인력으로는 많은 환자를 보고 싶어도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C병원 관계자 역시 “심장질환의 경우 기기 삽입 환자로 시범사업이 제한되고 있는데 보다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확대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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