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정부가 비대면 진료 확대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은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 및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병원장 권순용)은 최근 정형외과 박형열 교수팀의 비대면 진료 연구 결과가 SCI(E) 국제학술지 Telemedicine and e-HEALTH(IF 2.385) 온라인판 11월호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박형열 교수팀은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7일까지 은평성모병원이 시행했던 전화진료 참여 환자 6840명과 의료진 32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연구를 실시했다.
환자 906명과 의료진 155명의 응답을 집계한 결과, 전화진료 전반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86%였으나 의료진 만족도는 49.7%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편의성(79.9%), 상호 소통(87.1%), 신뢰도(87.1%), 재이용 의향(85.1%) 항목 모두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환자들 만족도는 다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지난 3월 문경 생활치료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비대면 진료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47점으로 높았다.
전화 혹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진행된 비대면 진료에 대해 답변자 80% 이상이 '비대면 진료를 대면진료보다 못하지 않다'고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지난 5월 전국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2%가 비대면진료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85.3%는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비대면진료 활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의료진은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형열 교수팀 설문조사에서 의료진은 편의성(33%), 상호 소통(8.4%), 신뢰도(14.2%), 재이용 의향(35.5%) 모든 항목에서 낮은 수준의 만족도를 보였다.
의료진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추가 조사에서 98%는 전화진료 목적과 장단점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85.8%가 코로나19 같은 비상 상황에서 전화진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면 진료에 비해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이 어려웠다’(91.6%), ‘환자 또한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83.9%) 등 전화진료 안전성 측면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진료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의료진은 환자 편의성(53%)과 감염 예방(22%)을 장점으로 꼽았고, 불완전한 환자 상태 파악(55%)과 의사소통의 어려움(15%)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전화진료 등 원격 진료가 적용되기 어려운 영역으로는 의료진의 48%가 ‘상처 소독이 필요한 수술 후 관리’, 32%가 ‘대면 진찰이 필요한 유증상 환자’를 꼽았다.
의료진은 원격 진료 활성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영상 대면 진료’(40%), ‘원격진료 플랫폼 개발’(27%), ‘의료 분쟁 예방을 위한 음성녹음 기술’(10%)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박형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들은 편의성과 감염 예방 측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 반면, 의료진이 경우 안전성에 대한 염려가 낮은 만족도로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면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안전성 확보와 치료 가이드라인 확립 같은 보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