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임신과 수유 시기 영양 결핍 또는 과잉이 자식이 성인기가 됐을 때 비만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규명됐다.
17일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민선 교수[사진]팀과 카이스트 손종우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발달시기 뇌 시상하부(식욕조절기관)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일차 섬모가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회로 생성에 매우 중요하며, 모체로부터 공급받는 영양이 과잉 또는 결핍되면 섬모 형성이 억제돼 성인기에 비만이 발생하는 사실을 쥐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차 섬모(primary cilia)는 세포 표면에 머리카락처럼 솟아나 있는 구조물로, 대사 신호를 수신하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들에서 섬모 장애 질환과 비만 발생의 연관성이 제시돼 왔으나, 구체적인 기전을 규명해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팀이 발달기 쥐를 대상으로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에서 일차 섬모가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자, 식욕조절회로 생성이 저하됐고 성인기에 이르러 과식증과 심한 비만증이 나타났다.
또한 임신과 수유 중인 어미 쥐에게 고지방식과 저단백식 등 영양이 불균형한 식단을 먹이자, 자손 쥐의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에서 섬모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점이 관찰됐다.
김 교수팀은 선행 연구에서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의 섬모 길이가 비만 쥐에서 모두 짧아져 있다는 사실을 관찰, 짧은 섬모 길이로 에너지 과잉 상태를 감지하지 못하는 게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임을 처음 규명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더 나아가 발달기 시상하부 신경세포의 섬모가 식욕조절회로 형성에 전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서 섬모의 대사 조절 작용을 구체화시켰다.
또한 모체에게 직접 영양을 공급받는 발달기 자손에서 섬모 억제로 인한 비만 발생 기전을 규명해 자식의 성인기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김민선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모체의 영양 불균형이 자손의 성인기에 이르러서까지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등 자손의 생애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밝혀짐에 따라 임신과 수유 기간 동안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피인용지수 12.121)’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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