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의료기기 유통 투명화와 중소기업 권익보호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기기 표준대리점 거래계약서의 윤곽이 드러났다.
표준계약서는 반드시 이행할 의무가 아닌 권장 수준의 가이드라인이지만,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급자의 대리점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처벌을 내릴 때 중요한 근거로 작용될 방침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 법무법인 세종은 18일 '의료기기 대리점 표준계약 세미나'를 개최했다.
공정위는 공급업자의 계약서 작성 및 교부 의무를 정의한 대리점법 제5조에 근거해 표준대리점거래계약서 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세종 김주연 변호사는 "사업계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표준대리점거래계약서 제정은 우선 업종을 먼저 지정하고 세부 내용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의료기기 업종의 경우 올해 진행된 실태조사에서 타 업종 대비 상당히 많은 사례가 수집됐다"고 설명했다.
김주연 변호사에 따르면 공정위는 협회 등 업계 의견 수렴을 비롯해 지금까지 1만1488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다양한 품목의 거래방식 및 불공정행위 경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김주연 변호사는 "현재 관행이 경영활동 간섭 가능성이 있다는 공정위 평가가 있었다"며 "거래계약서 초안이 마련됐고 업계 의견을 청취해 이달 말에 정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공개된 초안은 다른 업종의 계약서와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코로나19등 재난위기에 따른 지연 이자 감면 규정 명시 ▲약정 기간 중 대리점에 불리한 변경 금지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판촉행사 강요 금지 및 비용 분담 의무 규정 ▲부당한 영업 비밀 및 개인정보 제공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거래계약서가 제정된 업종의 경우 지속적인 감시 가능성이 존재한다.
김 변호사는 "공정위는 계약서 사용을 권장할 수 있을 뿐이고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며 "다만 표준거래계약서는 공정위가 직접 대리점법 준수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므로 대리점법 집행에 있어 일응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계약서 사용 장려를 위해 거래계약서 사용 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공정위는 의류, 식음료, 통신 3개 업종 총 11개 공급업자를 대상으로 계약서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관련법 위반이 확인된 업자에게 과태료 5000여 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반대로 표준계약서를 근거로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가 무혐의 판단 근거가 된 사례도 존재한다"며 "협약 내용과 이행실적 등을 평가해 평가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거래 개시 단계부터 법(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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